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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다! 재평가가 필요한 장정석

입력 | 2018-10-18 05:30:00

초보라고 믿기 힘든 배짱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은 과감한 공격 작전과 대범한 수비 전술로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승리로 이끈 뒤 박수를 치고있는 장 감독. 스포츠동아DB


과감하고 대범했다. 역대 감독의 포스트시즌 데뷔전 중 손꼽힐 정도로 강렬했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16일 KIA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통해 가을야구 무대에 데뷔했다.

빅 볼을 추종하는 감독들도 포스트시즌(PS) 같은 큰 경기에서는 스몰 볼로 전환해 차근차근 득점을 쌓아가는 전략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 감독은 자신의 PS 첫 경기에서 과감한 작전, 대범한 수비전술로 KIA에 10-6 승리를 거두고, 19일부터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르게 됐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승부처였던 5회였다. KIA가 먼저 2점을 올려 0-2로 뒤진 5회말. 넥센은 7번 임병욱의 좌전 안타, 8번 김혜성의 포수타격방해 출루로 무사 1·2루의 황금 같은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9번 김재현이 섰다. 팀에서 방망이가 가장 약한 9번 타자. 다음 타자는 리그 최정상급 타자 이정후였다. 당연히 희생번트가 예상됐다. 1사 2·3루는 병살 위험도 적고 안타가 아니더라도 내야 땅볼, 혹은 희생 플라이로도 추격 점수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감독은 김재현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사인을 냈다. 김재현의 번트 모션에 KIA 내야진은 바빠졌다. 그 순간 김재현은 배트를 다시 높여 타구를 때렸고 유격수 쪽 내야 안타에 성공했다. 무사만루 찬스가 이어졌고 넥센은 5회말에만 대거 5점을 올렸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는 상대를 교란하는 훌륭한 작전이지만 실패 확률도 높다. 그만큼 PS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찬스를 잡으면 동점이 아니라 역전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재현이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비는 더 대범했다. 시프트는 양날의 칼로 표현된다. 확률 게임이지만 역으로 평범한 땅볼이 안타가 될 수 있다. 넥센은 KIA 최형우를 상대로 2루수가 극단적으로 1루와 외야 방향에 서는 시프트를 펼쳤다. 5회초 최형우는 이 시프트를 깨는 좌전안타를 쳤다. 그러나 넥센 시프트는 멈추지 않았다. 7회초 나지완 타석 때 유격수와 2루수가 3루쪽으로 이동하며 시프트를 펼쳤다. 결과는 우전안타로 또 실패였다. 그러나 넥센 수비 시프트는 계속 이어졌다.

KIA 김기태 감독은 장 감독에 대해 “경기를 하다 보면 덕아웃에서 느껴지는 기가 대단하다.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고 나온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다”고 평했다. 장 감독은 코치 경험 없이 감독에 취임해 그동안 많은 의문부호가 따랐다. 그러나 올 시즌 위기관리 능력과 신인을 발굴해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눈썰미 등을 스스로 입증했다. 빅게임 데뷔전에서도 빛났다. 준PO 상대인 한화 한용덕 감독도 역시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다. 리그에서 대표적으로 빅 볼을 추구하는 두 감독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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