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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바람 부는 ‘낙농 올림픽’… 새로운 100년을 보다

입력 | 2018-10-10 03:00:00

15∼19일 국제낙농연맹 총회… 한국 처음 대전에서 열려




《 식품영양학자들은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부른다. 인체 필수 영양소인 칼슘 성분이 풍부한 데다 체내 흡수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유가 심장병이나 당뇨병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최근 학술지 ‘식품 과학과 영양’에 실린 연구 논문을 인용해 유기농 사료(목초)를 먹은 소에서 얻은 우유에는 염증과 혈액 응고를 억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우유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한국인의 유제품 소비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1987년 34kg에서 지난해에는 80kg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30년 만에 갑절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치즈는 이 기간 소비 증가률이 7500%로, 말 그대로 폭증했다. 》
 

지난해 11월 영국령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열린 2017 IDF연차총회에서 이창범 2018 IDF 연차총회 조직위원장(낙농진흥회장·왼쪽)이 총회 개최권을 상징하는 실버키를 주디스 브라이언스 IDF 회장으로부터 받고 있다. 낙농진흥회 제공

유제품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낙농업도 급성장했다. 1962년 2000여 마리에 불과하던 국내 젖소는 1971년 3만 마리, 1980년 20만7000마리, 지난해에는 40만9000마리로 늘었다. 가구당 62마리 수준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다.

목장 환경도 빠르게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 매캐한 악취와 파리, 오폐수 등으로 인식됐던 목장은 이제 친환경 산업시설로 거듭났다. 특히 자연 순환을 활용한 친환경 낙농 기법이 도입되면서 낙농업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사료 비용이 줄고 가축 질병 발생에 따른 치사율은 크게 낮춰졌다.

하지만 국내 낙농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수요에 맞춘 적정 공급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대체음료시장 성장, 저출산 여파로 우유 소비가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내 낙농업계가 올해 국제낙농연맹(International Dairy Federation·IDF) 연차총회를 유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연차총회를 통해 국내 낙농업 브랜드 가치를 대외적으로 끌어올리면 당면 과제 해결과 낙농 산업의 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 IDF 연차총회는 ‘낙농계 올림픽’

IDF는 세계 낙농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제기구로 1903년 발족했다.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전 세계 52개국이 회원이다. 세계 우유 생산량의 85%를 IDF 회원국이 공급한다.

1903년 시작돼 올해로 108회를 맞는 IDF 연차총회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로 개최한다. 중국이 2006년에 개최한 이후 아시아에서는 12년 만에 열린다. 주로 서양 선진 낙농국가들이 개최했지만 아시아 낙농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 제품의 품질 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이 총회를 유치할 수 있었다.

총회는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대전컨벤션센터 등 대전 일대에서 열린다. 사전 행사로 11∼14일까지 개최될 IDF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IDF 관계자들의 다양한 학술 콘퍼런스가 진행된다. 참가자는 낙농 관련 국내외 기업인과 전문가 등 총 2000여 명이다. 세계 최신 낙농 정보와 경험 등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낙농업계의 축제인 만큼 국내 관련 업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낙농진흥회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선진 낙농국가에 한국 낙농업의 높아진 기술력 등을 알림으로써 국산 유가공 식품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낙농 100년을 준비

올해 총회의 주제는 ‘다음 세대를 위한 낙농(Dairy for the Next Generation)’. 세계 낙농업계가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온실가스 배출 등을 줄여 지구환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인류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맞이할 미래의 100년을 준비하고 도약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지도 더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기조연설 주제로 ‘지속 가능하고 바람직한 글로벌 낙농업의 역할’을 선택했다.

이번 총회에서 환경 콘퍼런스가 진행되는 것도 새로운 낙농 100년 준비와 무관하지 않다. 낙농업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사회, 경제, 환경적 측면에서 필요한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동물복지 콘퍼런스도 같은 맥락에서 마련됐다. 항생제 내성 문제나 동물 스트레스 등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낙농업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동물 건강과 복지를 이슈화하겠다는 취지다.

IDF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연차총회에서 환경이나 동물복지, 목장 경영, 식품표준화, 위생안전 등 지속 가능한 낙농업을 위한 각종 주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며 “한국이 낙농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인프라 마련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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