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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로버트 켈리]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숙제 남긴 평양회담

입력 | 2018-10-06 03:00:00

평양에서 세 번째 만난 南北 정상, 미국 설득할 ‘의미 있는 성과’ 얻어
내부 공개 꺼리던 北, 사찰 수용… 美 강경파에게도 인상적인 성과
核리스트 공개 실무회담 이어가 상징성 넘어 실질적인 성과 내야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학과 교수

‘달빛정책’을 지속할 명분을 평양에서 간신히 얻다

지난 달 지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양보를 이끌어내야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해 회의적인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매티스 국방장관,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펜스 부통령 등 측근들은 북한의 의도를 믿지 않는다. 북한의 상당한 양보 없이는 평화협정도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정치적 상황과 기분에 따라 심하게 달라진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미국의 역할, 주한미군의 규모,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등에 대해 잘못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보인 모습으로 판단하건대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은 언론의 주목과 찬양에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은 전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본능적으로 끌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역사적 행사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의제에 너무나 무지한 나머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의 미래상을 그린 영상물을 보여주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관심도 없고 알고자 하는 의지도 없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이러한 의제를 논의할 능력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평화정책에 대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일관성 없이 혼란스러운 대응을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문대통령은 핵·미사일 문제에 진전이 있음을 강경한 워싱턴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문화교류, 단일스포츠팀 구성, 철도연결 사업, 농업협력 등 광범위한 대북정책은 미국의 관심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내부적 변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문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현실성과 적절성이 부족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핵·미사일 등에 대한 군비통제다. 문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유의미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및 미사일 폐기 약속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미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머무를 만한 이유가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가까스로 나온 것처럼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는데 동의했다. 폐기 과정에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가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이 불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왔다고 생각하는 미국 강경파를 설득하기에 나쁘지 않은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문제에 대해 관심도 없고 이해도도 낮으며 자신의 유리한 입지에만 신경 쓴다는 것을 문대통령도 점차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시 당선인에게 황금색 골프클럽을 선물했던 방식처럼 그를 향한 찬사가 대북 정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문 대통령도 깨달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발언을 했고 그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거짓된 찬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매우 잘못된 발언이다. 문 대통령도 전 세계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유용한 발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안보 전문가들은 대북 평화정책에 대체적으로 회의적이지만, 찬사를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만 있다면 문대통령은 미국 강경파와의 의견 차이에 눈 감으려 할 것이다. 참으로 영리한 정치적 수단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긴 했지만 북한의 상당한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험장 폐기 등은 북한이 이전부터 약속한 것이고 그 가치가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완성 단계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시각에는 사찰단 수용 의사가 더 큰 가치를 지닌다. 북한은 과거 사찰단 참관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 극도로 폐쇄된 국가인 북한은 가장 기본적인 사찰조차 꺼려왔다. 식량난이 극심하던 시기에도 사찰단을 조건으로 하는 식량 원조를 거부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라크 핵 사찰을 통해 경험한 바 있듯, 사찰은 국가 운영에 굉장히 성가신 일이 될 수 있다. 엄격하고 치열했던 이라크 핵 사찰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사찰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북한이 이행한다는 전제 하에 사찰단 수용은 굉장히 인상적인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따르면 올해 회담은 국가 정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난 6자회담과는 다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세 번과 북미 정상회담 한 번이 진행되는 동안 제대로 된 성과는 거의 없었다. 핵 리스트 없이 진지한 비핵화 논의는 불가능하다. 핵 리스트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문대통령이 확신한 것처럼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면, 핵 리스트는 절대적인 최소 조건이다.

일단 핵 리스트가 제출되면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혹은 감축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진전은 없었다. 기껏해야 모호한 답변뿐이었다. 네 번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지난 9개월 동안 핵미사일 협상은 제대로 시작조차 되지 못했다. 평양 공동선언에서 이 문제는 다시 뒤로 미뤄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마침내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분명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무급 회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최선의 조치가 될 수도 있다. 기술자, 변호사, 군인, 외교관 등 실무진들이 활발한 논의를 통해 정말 중요한 의제에 대해 공통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 추가 정상회담을 열면 어떨까. 이제까지 정상회담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많은 상징성이 담긴 TV 방송 수준이었다. 혐오와 제재를 받는 고립 국가에서 온 김정은 위원장에게 세계의 주목은 그 자체가 보상이었다. 김정은 독재 정권에 합법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이제는 대가를 지불할 선택을 해야 한다.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진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실무급 회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정상회담을 잠시 멈출 것인가.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학과 교수

▼원문 보기▼

Moon Got Just Enough in Pyongyang to Keep ‘Moonshine’ Alive


Last month in this space, I argued that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on his trip to Pyongyang needed to extract enough from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to keep the Americans vested in the d¤tente process with North Korea. Skepticism on the US side is high.

US President Donald Trump prevented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from going to Pyongyang late in the summer because of North Korean foot-dragging. Trump‘s closest national security advisors ¤ such as Secretary of Defense James Mattis, National Security Advisor John Bolton, UN Ambassador Nikki Haley, and Vice-President Mike Pence ¤ are all hawks on North Korea. All are deeply skeptical of North Korean intentions. All oppose, for example, granting North Korea a peace treaty without substantial further concessions.

The commitment of Trump himself to a North Korean peace process varies wildly with his mood and political fortunes. Trump is grossly uninformed about Korea, routinely mischaracterizing the nature of the US commitment here, the numbers of US military in country, the approach of the Obama administration to the North Korea problem, and so on. Trump’s primary interest, as seen in his behavior at the Singapore summit, is garnering media attention and accolades. Meeting Kim was something former US President Obama had not done, so it instinctively appealed to Trump. But this sort of grandstanding is uninformed by any real policy knowledge. Trump was so ignorant of the relevant issues at Singapore that he was compelled to show Kim a bizarre pseudo-movie trailer about North Korean modernization. Trump himself was unable to make this argument himself to Kim, because he simply does not care, nor cares to learn.

In short, the American response to Moon‘s d¤tente is divided, inconsistent, and heavily driven by Trump’s ego needs. To keep the process moving, Moon needed to show the Americans some progress on nuclear and missile-related issues. Moon‘s wide-front d¤tente ¤ inter-Korean cultural engagement, mixed sporting teams, rail and agricultural cooperation, and so on ¤ interests the US side less. The Americans find it highly unlikely North Korea will change internally in a meaningful way. To the Trump people, Moon’s efforts are quixotic, probably irrelevant, and likely to fail. What really matters to the Americans is arms control, specifically on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Can Moon pull from the North Korea a meaningful, verifiable denuclearization and/or de-missilization commitment?

And that seems to have occurred - just enough ¤ at Pyongyang to keep the Americans from walking away from the process. Kim appears to have agreed to dismantle a launch pad and missile engine site. He also hinted at allowing inspectors into North Korea to verify these steps. This was just enough to buy off hawks who think North Korea is negotiating in bad faith.

Moon also coupled these minor steps with intensive flattery of Trump personally. Moon is increasingly aware that Trump does not understand or care much about Korean issues, but he most certainly cares for ego-stroking. In the same way that Japanese Prime Minister Shinzo Abe gave Trump a gold-plated golf club, so Moon has realized that praising Trump ¤ however ridiculously ¤ keeps Trump tied to the process. Moon started the laughable notion that Trump deserves a Nobel Prize earlier this year, and he and his foreign minister have kept up a steady drum beat of false praise since then. Last week, Moon said Trump was “the only person who can solve this problem.” That is preposterously inaccurate; Moon know this, as does the rest of the world; but it serves a purpose. Much of the US national security community is skeptical of this year‘s d¤tente, but if Moon can hold Trump’s attention through flattery, he avoids an open breach with the Americans. This is smart, if manipulative, politics.

But while Pyongyang kept the process alive, it did not bring any large steps from the North Korean side. The site closures are things the North has promised before and may not be that valuable anymore. As test sites, they may not be that necessary for mature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More valuable in my opinion was the new mention of inspectors. North Korea has not agreed to inspectors in the past. As a very closed society, it has always fought against even the most basic foreign oversight. Even during the famine years, the North rejected food aid which came coupled with foreign inspection. We also know from the experience of 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n Iraq before the 2003 war, that inspection regimes can be extremely irritating to host countries. If the Iraq inspections were bitter and routinely contested, one can only imagine what they would be like in North Korea. This strikes me as a major move ¤ if the North follows through.

But beyond this, most of the big issues are still unresolved. Moon has argued that this year‘s d¤tente is different than the Six Party Talks, because it is taking place at the head of state level. But so far, Moon has precious little to show for three South Korean and one US summit with Kim. No serious discussion of denuclearization can take place without a list of North Korean facilities, weapons, and fissile material. Experts have belabored this notion all year, and the North still has not moved at all on this. And that is just the absolute minimum if the North is genuinely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as Moon keeps saying it is.

Once the list is provided, we can then proceed to the real issue ¤ freezing or, ideally, rolling back, the North Korean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Yet to date, there has been no real progress on this. The North has spoken in vagueries at best. After nine months and four summits, the nuclear missile negotiation has still not really even started. The Pyongyang Declaration has once again kicked that can down the road. Perhaps Kim will finally deal on this issue at the next Trump-Kim summit, but at this point, there is little to suggest that.

Therefore the best move at this point is probably to push this process down to the expert level. Let the engineers, lawyers, soldiers, and diplomats pound out some agreed language on the issues that really matter. Then have another summit - for summit diplomacy has not, contra Moon, returned great results so far. Rather, tt has been great TV, with lots of symbolism ¤ and for Kim, who comes from an isolated, loathed, sanctioned regime, all this attention has been a reward in itself. It is time to extract a price for all that legitimation of Kim’s tyrant regime ¤ either he start bargaining seriously on nuclear missiles, or the summits are halted in favor of working level talks.


Robert E Kelly (@Robert_E_Kelly) is a professor of international relations in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Diplomacy at Pusan National University. More of his work may be found at his website,AsianSecurityBlog.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