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호성/속보이는 TV 인사이드
네 모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공개수배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호성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아 우발적 범행, 치정 문제, 공범 가능성 등 여러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KBS2 시사프로그램 ‘속보이는 TV 인사이드’는 20일 방송에서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호성 살인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선수시절 해태 타이거즈(기아 타이거즈 전신)의 주장, 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한 이호성은 2008년 네 모녀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뒤 한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일각에선 이호성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배상훈 범죄 심리 전문가는 ‘속보이는 TV 인사이드’에서 “이호성이라는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캡틴이지 않았느냐. 쉽게 말하면 해태 주장을 아무나 하지 않는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고, 또 존경받던 프로야구 선수이자 지역의 큰 선배, 이런 사람이 작은 돈을 탐하고 있는 본인을 좀 못 견뎌 했을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좀 극단적인, 폭발적인 분노 형태로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 자격지심”이라고 말했다.
치정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의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이호성은 일산의 한 경륜장에서 김 씨의 돈 1억7000만 원 중 4000만 원을 또 다른 내연녀 차 씨에게 전달된 정황이 포착됐다. 차 씨는 이호성이 투신하기 전 31시간을 함께 보낸 인물. 이에 차 씨 때문에 이호성이 네 모녀를 살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염건령 범죄 심리 전문가는 ‘속보이는 TV 인사이드’에서 “만약에 차 씨라는 존재를 김 씨가 알았다면 그걸로 인해 극단적인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김 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그 다음에 그 순간에 현장을 목격한 자식까지 죽이면서 연쇄적인 살인으로 진행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추정해 볼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상훈 범죄 심리 전문가는 방송에서 “완전히 그건 추론이다. (차 씨와) 둘이 만나고 하는 감정적인 것이 (김 씨를 살해한 동기가 됐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이호성 같은 야구선수는 따르는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지 않느냐. 그런 측면에서 차 씨가 그런 정도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이호성/속보이는 TV 인사이드
이호성에게 공범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호성이 죽기 전 차 씨에게 “내가 원해서 (네 모녀를 살해) 한 게 아니다. 내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 또 이호성이 김 씨의 큰 딸을 제외한 세 모녀를 6분 만에 죽인 점, 김 씨의 돈 1억7000만 원 중 7000만 원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라는 점도 공범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오윤성 범죄 심리 전문가는 방송에서 “만약에 이호성이라는 사람이 자기 이외에 주범이 따로 있거나, 본인이 어떤 협박을 받은 상태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범행을 했다면 공개수배가 됐을 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본인이 범인으로 굳어지는 상황인데 오히려 자수를 해서 아니라고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서 단독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