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홀트아동복지회장 인터뷰
김호현 홀트아동복지회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홀트아동복지회’ 제20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호현 회장(60)은 10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홀트의 미션인 ‘사랑을 행동으로’를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입양 전문기관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아동복지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아동과 가정의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36년간 복지 외길을 걸어왔다. 1983년 9월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사해 전국을 돌며 복지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그의 꿈은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홀트의 미래를 들어봤다.
―제20대 홀트아동복지회를 이끌게 된 소감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오랜 기간 근무하며 가졌던 생각들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자리에 오른 만큼 더 기쁘게 일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여러 일들을 잘 이어가면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찾고자 한다. 특히 저소득 가정 및 의료문제 아동, 시설 퇴소 청소년, 다문화가정 아동, 북한이탈주민 아동 등 어려운 우리 아이들을 돕고 싶다. 또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을 중단했거나 생계 유지가 어려운 미혼한부모와 해외 빈곤국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처음 입사해 담당한 업무는 흔히 고아원이라 부르던 대구 경북 지역 아동복지시설 아이들의 입소 경위를 파악하고 장래를 위한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당시 매달 20∼30명의 갓 태어난 신생아 등 어린아이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이 작은 침대에 서서 안아 달라고 팔을 벌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 아이가 나에게 ‘홀트 아저씨, 나 미국 보내주세요’라고 말했을 때는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다행히 몇 달 뒤 양부모님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으면 ‘좋은 부모님을 만났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려웠던 가정환경 속에서 장학생이 돼 후원자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아이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가난한 외국 어린아이들이 우리의 지원으로 밝은 웃음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뿌듯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해외에 입양돼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지만 일부 가정불화 등으로 다시 돌아온 경우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 파양된 아이들을 돕는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으로 홀트에서 주력하고자 하는 사업은….
이제 홀트는 입양은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아동복지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다양한 아동복지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아동과 청소년 장학사업, 꿈과 희망지원 사업 등을 확대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개척하고 성취할 수 있게 돕겠다. 미혼한부모를 위해 전국 주요 지역에 미혼한부모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상담실, 프로그램실, 아동놀이실 등을 마련해 양육과 심리, 자립 지원을 병행할 생각이다.
북한아동 지원 사업도 다른 NGO들과 연계해 재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홀트는 2002년부터 인도주의와 동포애 정신을 실현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북한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북한 아동 분유 지원과 육아원 시설 개선, 구호품 지원 등이었다. 하지만 2009년 남북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제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조만간 북한 지원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홀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많은 분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후원자가 4만5000명이지만 앞으로 10만, 20만 명 이상으로 후원자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한국의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어려운 아이들과 한부모 가정을 챙기겠다. 언제 어디서든 전화나 홈페이지에서 후원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를 위해 미국인 해리 홀트, 버다 홀트 부부가 1955년에 세운 아동복지 기관. 홀트 부부는 “모든 아이는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고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실천 이념을 가지고, 지난 60여 년간 홀로 된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줬다. 지역사회복지관, 다문화센터, 어린이집, 심리치료센터 등 다양한 사업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다. 캄보디아, 몽골, 네팔, 탄자니아 아이들을 돕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