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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생리의학상 마이클 영 교수 “야근-야식 잦으면 몸 생체시계 뒤죽박죽”

입력 | 2018-09-18 03:00:00

“머리-간-폐 등 생체시계 제각각, 간리듬 깨지면 비만… 췌장은 당뇨
규칙적 생활-식습관 무엇보다 중요”




‘생체리듬’ 연구로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는 “몸의 혼란을 줄일 규칙적인 식습관과 생활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전 세계가 하루 24시간, 주 7일 생활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습니다. 교대근무가 만연해 있고 잠을 자지 못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제 딸도 30시간 연속으로 일하곤 하는데, 저는 이런 현대인의 몸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일명 생체리듬이라고 불리는 ‘일주기리듬’ 조절 유전자 연구로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69)를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19일까지 열리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기조강연을 위해 2박 3일 ‘반짝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자신의 육체적 피로함을 사례로 설명했다.

“제 머리는 한국 시간에 적응했습니다. 하지만 몸은 다릅니다. 간, 허파, 심장, 피부의 세포들은 한국 시간을 살지 않고 제각각 다른 시간을 살고 있거든요. 며칠 더 있으면 혼란이 극에 달할 겁니다.”

그의 연구 주제는 상식적이면서 낯설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 심지어 식물도 24시간을 주기로 아침에 일어나 활동했다 밤에 자는 생활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야행성 포유류는 반대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빛이 하나도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가둬도 규칙적으로 자고 깬다. 여기까지는 상식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아침에 눈 떠 낮에 일하고 밤에 졸음을 느껴 자기까지 복잡한 과정이 겨우 두 개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두 개의 유전자를 직접 분리하고 그 기능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 영 교수다. 이 유전자 둘은 몸 안에서 일종의 ‘시계’로 작동하는데, 문제는 한 사람의 몸 안에 시계가 수없이 많다는 사실이다. 머리, 간, 폐, 피부, 췌장의 세포가 다 나름의 생체시계를 갖고 있는데 시간은 모두 제각각이다. 게다가 ‘지휘자’도 없다. 우리 몸은 이렇게 극도의 혼란을 겪는 수많은 생체시계들이 서로 다투며 겨우 살아가는 아수라장이다.

그런데 장거리 비행, 교대근무, 야근, 야식 등 현대인의 생활은 몸 안의 생체시계를 더욱 교란한다. 그는 “쥐 실험을 해보면 간에서 생체리듬이 깨지면 비만이, 췌장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가 온다”며 “이런 문제를 파악하고, 치료로 연결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는 의학에도 도움을 준다. 심각하게 밤잠을 못 이루는 수면장애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생체리듬 유전자를 조사해 보면 여지없이 변이가 발견된다. 일종의 유전병인 셈이다. 세계 인구의 1%, 유럽인의 1.3%는 이런 수면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 이들을 치료할 방법도 관련 유전자 연구에서 얻을 수 있다.

“음식의 경우도 8시간마다 규칙적으로 먹지 않고 아무 때나 먹으면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살이 더 찐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