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산업2부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2008년 대구 수성구 한 편의점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3770원. 새벽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원래 시간당 5655원을 받아야 했지만 사장은 “새벽 시간에는 손님이 적어 어쩔 수 없다”며 3000원을 제시했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실제 새벽의 편의점엔 한 시간에 1, 2명의 손님이 전부였다. ‘사장 입장에선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주기 벅찼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다.
자영업 현장에서는 10년 전과 비슷한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자영업자들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면 우리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서구에서 한정식집을 하는 김모 씨는 “메뉴 가격이 서울보다 싸고 지역 경제는 더 어려운데 최저임금은 전국이 똑같은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직원들 월급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의 가게에선 올해 두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 요구에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전문가들은 “실태조사부터 먼저 하라”고 지적한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통계를 만든 뒤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올해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는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의 말이다. 폭우를 뚫고 생업을 접은 채 광장에 선 수많은 자영업자의 “우리도 국민이다”라는 외침에 ‘사람’ ‘국민’을 앞세우고 있는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