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감독.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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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수원 삼성과 서정원(48) 감독은 2013시즌부터 지속된 5년 반 동안의 동행을 28일 끝냈다. 전북 현대와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원정 1차전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수원 구단은 “서정원 감독이 자진사퇴의 뜻을 전달해왔다”고 결별을 알렸다.
서 감독은 앞으로 당분간 휴식에 전념할 생각이다. 9월 말에는 아들이 유학 중인 독일을 방문할 계획도 세웠다. 서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스포츠인텔리전스 김동욱 대표는 29일 “(서 감독이) 지쳤다. 당분간은 복귀 계획이 없다. 푹 쉬고, 다음 스텝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감독의 전격 사퇴에는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행태가 하나의 계기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가족까지 비난하는 것을 가슴 아파한 서 감독이 정든 구단과의 이별을 선택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서 감독이 온갖 조롱과 비난을 위한 비난에 많이 지친 것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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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은 지난해 2년 계약연장을 했는데, 박창수(56) 단장 등 구단 수뇌부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얘기는 이미 축구계에서 파다하다. 서 감독이 이번에 구단에 사퇴의사를 전달하기 전, 수원 고위층이 몇몇 에이전트들에게 특정한 국내 감독들을 언급해 차기 사령탑 후보를 찾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수원은 현장 지휘관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셈이다.
2014년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후 수원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북이 도약하고 FC서울이 명맥을 유지한 동안 수원은 옛 영광을 그릴 뿐이다. 불행히도 서 감독은 우승을 넘볼 만한 강력한 스쿼드를 가진 적이 없다. 코칭스태프 구성조차 윗선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모 스카우트 팀장이 영입돼 스카우트 권한을 잃었을 때도 벙어리 냉가슴이었다. 서 감독은 없는 살림에서 꾸준히 2위권을 유지하고, 2016년 FA컵 우승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유소년 정책에 따라 풀뿌리를 키워 활용하는 정성도 보였다.
그럼에도 돌아온 것은 프런트의 납득할 수 없는 행태였다. 서 감독은 22일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을 계기로 마지막 결심을 했다. 구단 관계자가 코칭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두 경기만 더 지켜볼 것”이라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하면서다. 정규리그 우승은 어렵게 됐으나 국내·외 토너먼트 정상의 찬스는 남은 상황에서 서 감독은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입었다.
박 단장은 모든 사정이 외부에 알려진 뒤 언론을 통해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설득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말린 쪽은 모기업이었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서 감독은 존중받지 못했다. 그렇게 수원은 또 한 명의 레전드를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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