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한달 살기를 감행하는 부모들은 ‘현지 체험’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공부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다. 씽크스마트 제공
엄마표 한달 살기를 감행하는 부모들은 ‘현지 체험’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공부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다. 씽크스마트 제공
김 씨는 “평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대신 1년간 알뜰살뜰 돈을 모았다”며 “평생 한곳에서 정착민으로 사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 다양한 경험을 하며 안목을 넓히는 게 아이의 인생에 훨씬 값지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경험을 최근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며 사이판 한 달 살기’란 책으로 펴냈다.
요즘 30, 40대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김 씨처럼 아이를 동반한 해외 한달 살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달 살기’는 2010년 전후부터 대도시에 살던 가족이 제주 등 국내 지방에서 새로운 삶을 체험하는 문화가 유행했다. 그 뒤 한동안 영어를 배울 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해외로 떠나는 ‘외국 한달 살기’가 성황을 이뤘다. 최근에는 단순히 교육 목적이 아니라 ‘아이와의 인생 체험’을 위해 떠나는 한달 살기가 늘고 있다. ‘한달 살기’의 3.0 진화 버전인 셈이다.
국내 서점가에도 엇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런던X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성안북스) ‘지형이의 벤쿠버 그림 여행: 벤쿠버에서 한달 살기’(북랩) 등 지역도 다양하다. 주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 카페나 블로그에는 관련 문의와 후기가 넘친다.
한달 살기 3.0은 유학이나 이민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리스크가 낮은 게 장점. 주로 엄마가 함께 가는데 서로가 만족할만한 프로그램을 찾으려 노력한다. 꼭 방학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굳이 학교를 다니려고 떠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남매와 런던,파리 한달 살기를 한 김지현 씨는 “처음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따분해하던 아이들도 점차 적극적으로 관람하며 자기 의견을 펼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성안북스 제공
초등학교 남매와 런던,파리 한달 살기를 한 김지현 씨는 “처음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따분해하던 아이들도 점차 적극적으로 관람하며 자기 의견을 펼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성안북스 제공
물론 여전히 ‘한달 살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최근 숙박공유나 저가항공이 보편화되면서 비용부담이 줄어들며 더욱 확산됐다. 여러 가정의 엄마들이 함께 체류하며 총비용을 낮추기도 한다. 김소라 씨는 “어학원 등을 통하지 않고 경험자들의 블로그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면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요즘 뜨는 한달 살기 도시와 패턴
한 달 살 도시를 정할 때 우선 고려 요소는 단연 체류비다.
따라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한 달 살기 도시는 주로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에 몰려 있다. 필리핀 세부, 태국의 치앙마이나 방콕, 베트남 나트랑, 인도네시아 발리,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나 조호바루 등이다.
최근 퇴사한 남가영 씨(31)는 발리에서 30일간 머물렀다. 남 씨는 “섬이 크고 지역마다 콘셉트가 뚜렷해 스쿠버다이빙, 서핑, 요가, 명상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며 “일부 숙소는 아침식사 포함 2~3만원이면 1박이 가능한 데다 오래 묵을수록 숙박비를 깎아주기도 한다. 대자연에 둘러싸여 요가를 하는 느낌은 한국에서 맛보기 힘들다”고 했다.
직장인 이인규 씨(32)는 2016년부터 매년 한 번, 3주짜리 여행을 하고 있다. 미주와 유럽도 일정과 숙소를 잘 잡으면 적당한 가격에 갈 수 있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2016년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작년엔 쿠바 아바나와 미국 뉴올리언스를 묶어 일정을 짰다. 다음달에는 추석연휴를 활용해 조지아로 3주간 떠나기로 했다. 이 씨는 “낯선 도시에 가면 3일째까지는 관광객처럼 지내지만 열흘이 지나면 현지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것이 좋다”면서 “벌써 내년 달력을 보며 3주간 머물 도시를 고르고 있다”고 했다.
박선희 기자teller@donga.com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