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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심정지 위험 환자입니다” AI가 실시간으로 찾아낸다

입력 | 2018-08-23 03:00:00

인공지능 도입하는 의료계




가천대길병원 진료팀이 인공지능(AI) ‘왓슨’을 활용해 환자에게 몸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은 환자 치료 방법을 정할 때 미국 IBM사가 출시한 왓슨을 참고한다. 환자의 정보를 입력하면 왓슨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동아일보DB

A 씨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진료 전 병원에 붙어 있는 의사의 경력을 습관적으로 살펴본다. 각종 이력이 길게 쓰여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의사의 이력이 풍부하면 진단도 더 정확할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력이 아무리 풍부한 의사라 하더라도 매일 진료를 통해 축적할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인공지능(AI)은 수십 년간 환자를 봐온 의사보다 더 많은 환자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판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의료계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다.

○ 의사 못지않게 정확한 AI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AI 의료기기 2건을 허가하면서 의료계의 AI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제이비에스-01케이(JBS-01K)’ 두 의료기기 모두 환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영상을 분석한다.

‘루닛 인사이트’는 폐결절 진단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다.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폐결절이 의심되는 부위와 그 정도를 색깔로 표시한다. AI가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과거 환자들의 영상을 분석하고 병변의 특징을 추출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 다른 AI 의료기기인 ‘JBS-01K’의 작동 원리도 루닛 인사이트와 비슷하다. 기존 뇌경색 환자들의 영상과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 유무를 분석해 뇌경색 패턴을 추출하고 학습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뇌경색 유형을 판단한다.

이 AI 기기들의 정확도는 의사 못지않다. 임상시험 결과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한 폐결절 진단 정확도가 94.3%로 의사가 판독할 때의 정확도(89.5%)보다 5%포인트가량 높았다. JBS-01K 역시 의사가 진단하는 뇌경색 유형 일치율(54.0%)과 비슷한 수준(58.3%)을 보였다.

두 기기에 앞서 식약처에서 국내 처음으로 허가를 내준 AI 의료기기는 ‘뷰노메드 본에이지’다. 이름 그대로 뼈 나이를 판독하거나 성조숙증 및 저성장을 진단할 때 활용한다. AI가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과 표준 영상을 비교해 이들의 유사성을 확률로 표시하는 원리다.

○ 증상 넣으면 몇 초 안에 치료법 제시

일선 병원 가운데는 선제적으로 업체와 AI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한 곳도 있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용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의사가 의료 영상을 판독해 그 내용을 녹음하면 의료 음성 전사(轉寫) 전문가가 문자로 옮겨 적었다. 하지만 최근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녹음 파일이 AI를 통해 자동으로 문서화된다. AI가 학습을 통해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데다 한글과 영어가 혼용된 경우에도 바로 변환할 수 있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지스’라는 AI 프로그램을 심정지 위험환자를 찾는 데 활용하고 있다. 과거 심정지 환자들의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뒤 병원의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위험 징후를 실시간 포착하는 것이다. 임상시험 결과 심정지 위험을 14시간 이전에 감지하는 확률이 50%를 넘었다.

국내에서 AI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곳은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이다. 환자의 증상과 정보를 ‘왓슨’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면 몇 초 안에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이 화면에 뜬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AI를 활용하면 빠른 시간 내에 자세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의료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의 AI 활용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허가받은 의료기기 외에도 현재 식약처에 임상시험을 신청한 AI 의료기기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병을 진단하는 AI 프로그램은 의료기기로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진단에 참고할 수 있는 문헌이나 근거를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은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