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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김부겸]새 지방정부 성패, 투명성과 협치에 달렸다

입력 | 2018-08-21 03:00:00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7월 1일 새 지방정부의 임기가 시작됐다. 4년간 행정안전부와 함께 걸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 4016명의 동반자가 새로 생긴 셈이다. 이들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이 워낙 엄중했기 때문이다. 우선 투표율이 60%를 넘었다. 23년 만에 가장 높다. 초선 단체장의 비율은 65%에 이르렀다. 4년 전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국민들의 참여의식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했다.

국민은 정부가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주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중앙정부 중심의 국정운영은 이런 바람에 부응하기 어렵다. 지방정부가 생활밀착형 행정을 훨씬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을 통해 지방정부 중심으로 국정운영의 방향을 전환하고자 하는 이유다.

국민과 지방정부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 얼마 전 전국 대학의 행정학 전공 학생들에게 지방분권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연 후 ‘예산과 권한을 지방으로 넘겨준들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당황했다. 지방자치의 당위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 같았던 지방 출신 학생이 던진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지방자치와 관련해 부정적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비리와 예산 낭비 사례가 수시로 오르내린다. 하지만 행안부 장관으로서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억울하다. ‘그럼 중앙정부와 국회는 지방정부나 의회보다 얼마나 더 청렴하고 효율적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중앙에 비해 지방을 낮춰보는 선입견에는 중앙 집권이 남긴 오랜 전통의 영향이 크다.

지방 행정은 지금보다 더 높은 신뢰를 이끌어 내야 한다. 주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분권이 강화됨에 따라 지방이 갖는 권한과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음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은 다양한 경로로 예산, 재정사업, 자치입법 등 주민의 관심이 높은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 높아진다. 주민참여예산제처럼 각종 주민조직이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면 만족도는 오를 것이다.

협치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보다 이념과 노선 대신 주민의 생활에 더 방점을 둔다. 지역 발전과 민생을 위해서라면 여야 간의 협력이 쉽게 이뤄진다. 협치가 원활할수록 주민들의 신뢰는 커진다. 어떤 법안도 통과되지 않는 무한 대치는 국민의 짜증만 부를 뿐이다.

지방분권은 시대적 대세다. 지방정부의 권한과 예산은 늘 것이다. 투명성과 협치가 기본자세가 돼야 하는 이유다. 이제 대학생의 질문에 대해 새로 뽑힌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답할 차례다. 자신의 지역을 책임진 이들에게 갈수록 더 높은 자질과 역량을 기대하는 국민도 답을 기다린다. 이 모든 건 풀뿌리 정치가 점점 깊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와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걸 국민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