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빈 슈미트 신부 40주기 맞아 업적 재조명 활발
알빈 슈미트 신부가 설계한 성당 건축물은 소박한 외관과 신자를 배려한 내부 공간 구성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다. 6일 등록문화재가 된 경북 칠곡군 왜관성당의 외관(위쪽)과 내부(아래). 문화재청·김정신 명예교수 제공
담백한 흰색 외벽은 소박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세 번이나 꺾여 돌아가는 진입 계단을 거치면 긴장감이 점점 높아진다. 성당 내부는 신자 누구나 제단과 가깝게 느끼도록 타원형으로 설계돼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6일 문화재로 등록된 경북 칠곡군 왜관성당(등록문화재 제727호)이다.
경북 김천시 평화성당, 충북 제천시 의림동성당, 전북 전주시 복자성당까지. 소박하면서도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이 성당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 출신 알빈 슈미트 신부(1904∼1978)가 설계했다는 것이다. 알빈 신부의 타계 40주기를 맞아 한국에서 그가 남긴 건축 유산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알빈 슈미트 신부가 한국에 머물 당시 한복 차림에 곰방대를 들고있는 모습. 분도출판사 제공
알빈 슈미트 신부가 설계한 성당 건축물은 소박한 외관과 신자를 배려한 내부 공간 구성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다. 경북 문경시 점촌동성당(위)과 충북 제천시 의림동성당. 문화재청·김정신 명예교수 제공
알빈 신부의 성당들은 토목 공사를 최소화하고, 주변 대지와 조화를 이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교회에서는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함께 만나기 때문에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 특히 건물 외관보다는 내부 공간을 강조했는데 제대와 신자들이 자리하는 회중석을 최대한 가깝게 해 누구나 미사에 능동적이고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명예교수는 “50년이 넘은 성당들이지만 현재도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과 기능적인 요소를 모두 담은 뛰어난 건축물이다”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