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단 490명에게 맡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는 결국 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한동섭 대변인은 “2022학년도 대입은 정시(수능 위주 전형) 확대 의견이 우세했다”며 “중장기적 수능 평가방법으로는 절대평가 확대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상대평가 확대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이라는 고도의 전문성과 국정운영의 책임성이 걸린 문제를 일반인에게 맡길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유의미한 점수 격차를 내지는 못했지만 시민참여단은 그중 ‘정시 45% 이상 확대’라는 1안을 선호했다.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고 본 것이지만, 1안은 줄 세우기 경쟁을 심화시켜 미래인재 육성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해 고교 교육에 충실하도록 하자’는 2안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1안과 가장 상반되는 안이 2안이다.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해 대학이 정시 비중을 축소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1안과 2안 지지는 오차범위 내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공론화위는 ‘정시 확대’와 ‘수능 절대평가 확대’라는 양립 불가능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공론화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실패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1안, 2안 지지 단체들은 “정시 45% 확대”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며 불복할 태세다. 8월 말 대입개편안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정책을 추진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정작 교육부는 시민참여라는 ‘만능 방패’ 뒤에 숨어버렸다. 그동안 갈등을 방치했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휴가 중이었다. 이런 무능한 교육부는 대입제도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맞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재 선발에 생존이 달린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