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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겸의 엔터 파워맨] 김광수 대표 “한물간 오디션? 콘텐츠 좋다면 여전히 블루오션”

입력 | 2018-07-27 06:57:00

서울 논현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수 대표. 그를 향한 연예계 평가는 엇갈리지만 감각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6> 오디션 프로 ‘언더나인틴’ 제작 나선 김광수 포켓돌스튜디오 대표

현재 핫한 아이돌 모두 오디션 출신
잘 만든 콘텐츠는 인정받게 돼 있어
기획사 상장 준비 때마다 사건사고
운이 안 따라줘…보증 잘못 서기도
프로그램 잘 만들면 다시 기회 올 것


올해 초 종영한 KBS 2TV ‘아이돌 리부팅프로젝트 더유닛’과 JTBC ‘믹스나인’의 성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작년 10월 비슷한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하루 차이로 방영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구도를 이뤘지만, 사실상 ‘승자 없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방송가에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2016년 이후 중단된 상태고, SBS ‘K팝스타’도 지난해 폐지됐다. 오디션 예능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 같은데도, 하반기 각 방송사들은 여전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 중 10대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나인틴’(가제)은 11월 첫째 주 MBC 방송으로 가장 먼저 일정을 확정했다.

오디션 예능은 여전히 블루오션인 걸까. ‘언더나인틴’은 ‘더유닛’을 제작했던 김광수(57) 포켓돌스튜디오 대표가 제작한다. 김광수 대표를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더유닛’이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음에도 또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이유와 전망을 들었다.

● “지겨운 오디션? 잘 만든 콘텐츠는 관심받기 마련”


-오디션 예능은 이제 한물넘지 않았나.

“배용준의 ‘욘사마 열풍’ 이후 한류시대는 저물었다고 생각했지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해 중국 한류가 시작됐다. 다시 잠잠하다가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미국시장이 열리고 있다. 앞으로 유럽과 남미가 열릴 것이다. 같은 이치다. 잘 만든 콘텐츠는 평가받게 돼있다.”

-오디션 프로가 많다보니 피로감을 주기도 하는데.

“엠넷 ‘고등래퍼’는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잘됐다. 디스와 욕설에서 벗어나 또래의 현실적 이야기로 공감을 얻었다. ‘프로듀스101’도 시즌2 준비하면서 출연자 모으기가 쉽지 않았지만, 강다니엘로 인해 결과가 좋았다. 잘 되는 콘텐츠엔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언더나인틴’은 잘 된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는가.

“어리지만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찾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 실력 있는 유망주를 잘 만들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음바페가 등장해 이번 러시아월드컵이 더 주목받은 것처럼 말이다. ‘언더나인틴’은 출연자들이 자기가 만든 곡으로 오디션을 치른다는 점이 다르다. 처음엔 부족하지만,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포인트다.”

-오디션 예능은 앞으로 얼마나 더 갈 것 같나.

“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프로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비록 시청률이 높지 않지만 지금도 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그럴 것이다.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할 곳이 필요하고, 한류 확대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김광수 대표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예견하는 또 다른 근거는 ‘스타 등용문’이기 때문이다. ‘스타’는 방송사든 제작사든 시청자든, 누구나 탄생을 바라는 존재다.

“이젠 가수들이 단순히 음반으로만 스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송 콘텐츠가 스타를 만드는 시대다. 현재 핫한 아이돌그룹 트와이스, 위너, 아이콘도 모두 오디션 출신이다. 강다니엘도 방송 콘텐츠가 키운 것이다. 스타탄생은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관건이 됐다.”

김광수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감각만큼은 인정받는 문제적 인물

1985년 가수 인순이 매니저로 시작한 김광수 대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김종찬 김민우 윤상 조성모 EOS SG워너비 티아라 등을 데뷔시켜 음반기획자로 크게 성공하면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고, 다양한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몇 차례 조사를 받았고, 2012년엔 ‘티아라 왕따 사건’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여배우와 스캔들도 있었다. 지난 34년의 행보와 업적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문제적 인물이지만, 분명한 건 김광수의 감각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김광수 대표는 1998년 조성모 ‘투 헤븐’ 뮤직비디오로 국내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 시장을 열었고, 200만 장을 팔아치운 ‘이미연의 연가’(2001)를 통해 가요시장에 컴필레이션 앨범의 붐을 일으켰다. 2004년 SG워너비를 데뷔시켜 ‘미디엄 템포 발라드’를 트렌디한 음악으로 이끌었다. 연예계 중요한 몇 개의 획이 그로 인해 그어진 것이다.

-당신은 좋은 매니저인가.

“처음 매니저를 시작했을 당시 제일 잘나가던 분이 김연자 매니저였다. 그를 보며 3년 안에 저 분을 따라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오로지 음악 하나 잘 만들어서 반드시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그 당시 몇몇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한 걸, 내가 지금 그대로 하고 있을 때가 있더라.”

-시스템보다 여전히 ‘감’으로 판단하는 평가가 있다.

“맞는 말이다. 지금 시대에는 좋지 않은 말일 수 있다. 그러나 감이 있어야 결정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도 총기를 잃을 수 있다.

“팝이나 일본음악을 애써 잘 안 듣는다. 그런데 우연히 듣고 음악이 좋으면 기억해뒀다가 작곡가에게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주곤 한다.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이메일도 안 쓰고, 페이스북과 유튜브도 잘 모르지만 뭔가를 보면 잘 캐치해서 내 걸로 만드는 감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촉의 예술가’로 불린다. 드라마는 첫 회만 보면 성패 여부를 거의 맞히고, 향후 잘 될 방송관계자를 잘 알아보는 사례가 거듭되면서 생긴 수식어다.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를 작곡한 윤상의 가이드 노래를 듣고 가수로 데뷔시킨 일도 그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노래를 잘 못한다고 머뭇거리는 윤상에게 “노래 잘하면 성악을 하지”라고 설득했고, 당시 소속사 대표에게 위약금을 물어주고 스카우트했다. 그리고 윤상이 “작곡해둔 노래가 있다”고 김 대표에게 들려준 노래가 ‘이별의 그늘’이었다.

-자부심을 갖는 콘텐츠를 몇 가지만 꼽아 달라.

“내가 만든 모든 것에 자부심이 있지만, 첫손에 꼽고 싶은 건 드라마 ‘명성황후’다.”

‘명성황후’는 2001년 5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방영된 124부작 KBS 2TV 수목드라마. 캐스팅이 난항을 거듭할 때 김 대표는 이미연에게 “앞으로 명성황후 하면, 이미연만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OST를 위해 명성황후와 관련된 서적을 읽고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캐릭터를 설명했다. 조수미를 섭외해 ‘나가거든’을 부르게 했다. “내가 조선의 국모다”란 그 유명한 말을 탄생시켰다. OST앨범은 30만 장 넘게 팔려나갔다.

-한때 제일 잘 나가던 제작자였는데, 왜 YG나 SM엔터테인먼트 같이 안 됐나.

“조성모 데뷔 시킨 후 상장 준비했는데 연예계 비리 사건이 터졌고, 두 번째 상장을 준비할 땐 티아라 왕따사건이 나면서 무산됐다. 운도 좀 안 따라준 것 같고. 가족이 없다보니 나를 컨트롤 해줄 사람이 없다. 일 하는 것만 좋아했지, 사실 주식도 모르고, 관리를 못했던 것이다.”

-모아둔 돈은 많은가.

“없다. 보증을 선 일이 잘 안 됐다.”

그는 보증에 의해 떠안게 된 190억 원 가량의 채무로 인해 2010년 12월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상장에 다시 도전할 것인가.

“그것보다 ‘프로그램 잘 만들었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다보면 그런 기회는 자연스레 오지 않을까.”

김광수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김광수 대표

▲ 1961년 8월9일생, 1980년 KBS ‘젊음의 행진’ 댄싱팀 ‘짝꿍’ 1기
▲ 1985년 5월 인순이 매니저로 첫발
▲ 1988년 GM기획 설립, 김종찬을 시작으로 음반기획·제작
▲ 김민우 윤상 노영심 E.O.S 조성모 SG워너비 씨야 티아라 다이아 등
▲ 2006∼2009 엠넷미디어 콘텐츠제작 본부장
▲ 드라마 ‘명성황후’ ‘슬픈 연가’ ‘에덴의 동쪽’ ‘계백’, 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 제작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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