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생활관리사 1042명 노인 2만여명에게 매일 안부전화… 일주일마다 가정 방문해 건강 돌봐 광주시, 폐지수거 노인에 모자 지급
19일 오후 6시 전남 목포시 주택가 가정집. 생활관리사 진모 씨(46·여)가 홀몸노인 A 씨(80)의 집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자 창문을 열고 집 안을 들여다보다 A 씨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진 씨는 창문으로 들어가 A 씨를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다. A 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진 씨는 3년 전부터 홀로 사는 A 씨의 안부를 챙겼다. A 씨가 잇몸이 좋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각종 질환에 시달리자 매일 바나나를 간 우유를 챙겨다줬다. 진 씨가 얼굴과 머리에 대상포진이 생겨 이달 중순부터 병원에 입원하자 다른 생활관리사가 A 씨를 보살폈다.
진 씨는 19일 오전 다른 생활관리사가 A 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목소리로 안부를 확인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뭔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병원 외출증을 끊어 A 씨의 집에 달려가 그를 구조했다. 몸이 아픈 환자가 폭염과 질환으로 쓰러진 홀몸노인을 구한 것이다. 진 씨는 10년째 홀몸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숨이 턱턱 막히는 좁은 방에서 먹을거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홀몸노인이 폭염에 가장 취약하다”며 “요즘이 이웃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달에 전남 신안군의 한 홀몸노인은 갑자기 어지럼 증상을 겪자 생활관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병원 진료를 받았다. 전남 곡성에서는 온열 의심 홀몸노인이 생활관리사에게 발견돼 건강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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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은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다. 경제적 여건상 평소 건강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응급질환으로 의식을 잃었을 때 즉시 돌봐줄 사람이 없다. 전남지역 노인 41만816명 가운데 홀몸노인은 12만7982명으로, 노인 10명당 3명꼴이다.
윤연화 전남도 노인장애인과장은 “찜통더위에도 생활관리사들이 홀몸노인들을 가족처럼 챙기고 있다”며 “경로당을 쉼터로 활용하는 등 노인들에게 폭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노인은 18만3774명으로 전체 주민의 12.6%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홀몸노인은 4만6252명이다.
광주시는 생활관리사 204명을 투입해 홀몸노인 5350명에게 매일 안부전화를 걸고 일주일에 한 차례 집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자원봉사센터 회원 300명이 홀몸노인 150명의 건강을 보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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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의 한 사회복지사는 “일부 어르신이 땡볕 더위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어 걱정”이라며 “한낮에 쉼터 이용을 권장하는 등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