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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최후의 재난대책 ‘날씨보험’

입력 | 2018-07-21 03:00:00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얼마 전 일본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가 200명이 넘었다. 1만여 명의 이재민이 갈 곳을 잃었고 또 피해 지역은 폭우를 뒤따라온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폭우피해는 우리나라보다 재난 대비가 잘돼 있다는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날씨예보를 통해 자연재해를 미리 예측하고 날씨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인간이 자연재해를 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번 일본의 폭우처럼 그야말로 대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굴복하는 상황이 그렇다. 이럴 때를 대비해 재연재해의 위험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바로 ‘날씨보험’이다. 날씨보험은 날씨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우리에게 가능한 최후의 재난 대비 방법으로 꼽힌다. 날씨보험은 기본적으로 날씨라는 조건만 다를 뿐 날씨로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피해를 예방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험과 다를 바 없다.

국내에서는 1999년 한 보험회사가 날씨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재정손실보험을 내놓으며 처음 선을 보인 뒤 2014년에는 정부가 날씨보험 관련 규제를 풀어주면서 ‘지수형 날씨보험’이 출시됐다. 대표적 날씨보험 파생상품인 지수형은 날씨 변화에 따른 일정 손실액을 보상하는 상품으로, 예를 들어 의류업체가 겨울철 한파를 예상하고 패딩을 대량 생산했다가 이상고온으로 판매가 부진할 경우 약속한 금액을 보상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특정 작물을 심은 농민이 날씨 때문에 해당 작물의 작황이 흉작이더라도 그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 날씨로 말미암아 기획된 행사가 취소될 경우에 대비한 행사 취소보험, 태풍 및 폭우 등의 풍수해로 주택, 비닐하우스 등이 피해를 봤을 때 보상해주는 풍수해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세계로 눈을 돌려 보면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중 약 30%가 날씨보험으로 보상받는다. 다만 국내에서는 기상재해로 발생한 피해액 가운데 날씨보험으로 보상받은 금액이 6%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단순히 비율로 비교하면 국내에서 날씨보험으로 보상받은 비율은 세계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날씨보험 보상비율이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날씨보험에 대한 인식 차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날씨보험이 국가보조로 운영되는 정책성 보험이란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보험개발원 주도로 다양한 날씨보험 개발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날씨예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한 보험으로 날씨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날씨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도 날씨보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용한다면 날씨가 주는 ‘만약의 1%’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