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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어릴적 보물 1호 비디오 게임기, 최초의 모습은?

입력 | 2018-07-14 03:00:00

◇만화로 보는 비디오 게임의 역사/조너선 헤네시 글·잭 맥고언 그림·박중서 옮김/192쪽·1만7500원·계단




이동식 레이저 포대로 외계인 침입자를 쏴 맞히는 1978년 아케이드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 계단 제공

1938년 처음으로 상업용 TV를 제작했고, 1946년엔 미국 최초로 TV 전용 방송국을 만들었던 발명가 앨런 듀몬트(1901∼1965). 그가 만든 듀몬트 연구소는 1947년 최첨단 TV를 활용한 획기적인 발명품을 개발했다. 조종 장치를 이용해 점으로 표현되는 가상의 발사체를 쏘아 맞히는 비디오 게임기인 ‘음극선관 놀이 장치’를 만든 것. 물론 악당의 모습을 한 그래픽도, 긴장감을 높이는 음향도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기의 등장 뒤 ‘비디오 게임’은 세계 대중문화와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그래픽노블’로 친절하게 소개한다. 게임 소재에 만화 형식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지 않다. 전자공학과 컴퓨터의 발전, 비디오 기술의 확장 등 게임을 이루는 각 요소에 대한 역사도 함께 다루고 있는 교양서다.

비디오 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전자기기의 소형화를 이끈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함께 비디오 기계의 대중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초창기 비디오 게임은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였다. 동전을 많이 넣어야 수익이 나는 구조라 대부분 짧고 어려운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1980년대 개인용 PC보급과 함께 게임의 내용 역시 혁명적으로 바뀐다. 자신의 컴퓨터에서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PC게임은 롤플레잉(RPG)과 가상 도시 건설 등 또 한번 게임의 신세계를 열었다.

역사·문화적 배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세기 중반의 냉전과 우주선 경쟁은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년)처럼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거나 미국과 소련의 갈등을 다룬 ‘힘의 균형’(1985년) 같은 게임을 등장시켰다. 1990년대부터 반(反)권위 흐름과 놀이문화가 확산되면서 도시를 파괴하는 과격한 게임인 ‘GTA’(1997년) 시리즈 등이 인기를 끌었고, 최근엔 ‘포켓몬 고’(2016년)처럼 모바일 플랫폼과 증강현실을 활용한 게임까지 등장했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게임을 하는 풍경이 익숙해진 시대다. 게임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문화의 일부분이 됐는지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