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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기무사 문건 보고받은 시점, 칼로 두부 자르듯 말할수 없어”

입력 | 2018-07-12 03:00:00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무력진압 문건 관련 의혹을 수사할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에게 11일 서울 국방부에서 특별수사단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수사할 독립수사단 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법무 20기)을 11일 임명했다.

송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수사단의 공식 명칭은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이다.

전북 전주시 동암고와 한양대 법대 출신인 전 단장은 1999년 군 법무관으로 임관해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군사법원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군 관계자는 “송 장관이 해군 출신인 점을 고려해 전 단장이 낙점된 것”이라며 “전 단장은 깐깐한 원칙주의자”라고 말했다. 전 단장은 임명식 직후 취재진에게 “공정하고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며 “금주 내 수사단 구성을 끝내고, 다음 주부터 (수사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사단 규모는 30여 명이고, 8월 10일까지 활동하게 된다. 취임 1주년(14일)을 앞둔 송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에 대한 청와대의 수사 요구를 무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올 3월 기무사 문건을 보고받고 지금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 등을 놓고 국방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을 최초로 보고받은 시점이 4개월 전인 3월로 알려진 데 대해 김 대변인은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첫 보고 때는 문건의 세부 내용을 모두 보고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방문 기간에 문건을 처음 본 게 아니다”라면서도 “최초로 문건을 본 시점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최근 논란이 확산되기 전에 이미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일부 언론에 이 문건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일자 현안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참석자들은 문서 속 특정 사단 병력 동원 계획 등이 사실상 작전계획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문건의 위법성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특히 청와대에선 ‘계엄 검토’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당시 문건 작성에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특별 지시’까지 한 만큼 이번 수사는 최대한 서둘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단이 문건 작성에 관여한 기무사 등 군내 기관과 국방부 법무 관계자들을 전방위로 수사해 문건 작성 경위와 지시 여부 등을 파악한 뒤 민간 검찰과 합동수사단을 꾸려 김관진 전 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안보 핵심 인사들을 조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인의 정치 개입을 원천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별법에는 상관이나 청와대 등 권력 기관의 부당한 정치적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지시자에 대한 강력 처벌 조항이 담길 계획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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