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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불개미 ‘여왕’도 상륙했다

입력 | 2018-07-09 03:00:00

인천항서 여왕개미 1마리 첫 발견




인천에서 붉은불개미가 또 발견됐다. 특히 이번에는 여왕개미의 서식까지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붉은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후 여왕개미의 존재가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7일 인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 컨테이너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여왕개미 1마리, 애벌레 16마리, 일개미 560여 마리가 발견됐다. 약 80m 떨어진 지점에서는 일개미 50여 마리가 목격됐다. 6일에도 이곳에서 붉은불개미 70여 마리가 발견됐다. 다만 8일 현장에 전문가 59명이 투입돼 조사했지만 추가로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았다.

인천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올해 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검역당국은 여왕개미가 발견됐지만 일단 번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번식능력이 있는 수컷 개미가 발견되지 않아서다. 앞으로 여왕개미로 성장할 공주개미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한꺼번에 발견된 여왕개미와 애벌레 일개미 등은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번식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은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붉은불개미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붉은불개미의 독성에 대한 공포도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의견이 있다. 일각에서 ‘살인개미’라고 부르지만 실제 독성은 다른 곤충과 비교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물렸을 때 고통이 오기 때문에 이로 인한 쇼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밋 교수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말벌에게 쏘였을 때의 고통이 2.0 수준이라면 붉은불개미에게 물렸을 때의 고통은 1.2 수준이다. 붉은불개미 독에는 ‘솔레놉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통증과 가려움을 유발한다. 과민성 반응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50년 이후 32명이 붉은불개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훈 농림축산검역본부 위험관리과 농업연구사는 “붉은불개미의 독성 자체는 센 편은 아니지만 사람별로 과민반응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역본부는 앞으로 일주일간 추가로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으면 합동조사를 중단하고 평소처럼 정기 조사만 진행할 예정이다.

검역본부는 발견 지점을 정밀 조사하는 한편 주변에 설치한 예찰 트랩을 11개에서 766개로 크게 늘렸다. 발견지점 주위(200m×200m 격자)에 있던 컨테이너는 반출 전에 철저히 소독하도록 했다. 또 붉은불개미의 유입 원인과 시기, 발견 지점의 연계성 등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DNA) 분석 등을 통한 역학조사도 실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3월부터 항만 12곳에 점검인력 122명을 투입해 붉은불개미 분포 국가에서 오는 컨테이너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붉은불개미는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이번까지 총 6차례 포착됐다. 인천항에서는 올 2월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항에서 도착한 중국산 고무나무 묘목에서 붉은불개미 1마리가 발견됐다.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ICT는 컨테이너 50∼60%가 중국에서 들어오고 붉은불개미 분포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컨테이너가 들어와 언제든지 추가 유입 가능성이 있다.

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