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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차대전 이후 유례없는 무역전쟁의 포성 들려온다

입력 | 2018-07-06 00:00:00


미중 무역전쟁이 일촉즉발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대해 고강도 관세 부과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시점이 오늘이다. 중국은 선제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비슷한 보복조치를 이미 예고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이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해 이미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EU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위협에 추가 보복관세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대규모로 주요 국가 간 관세폭탄이 교차 투하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가 없다. 미국 주도로 자리잡아 온 다자간 세계 자유무역 질서가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폭탄 대상은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등 첨단기술 제품을 포함한 총 1102개 품목으로 상당수가 ‘중국 제조 2025계획’을 통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무역 불균형 시정의 차원을 넘어선 초강대국 간 기술 패권 전쟁의 성격까지 띠고 있다.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제재로 일부 산업에서 한국이 추월당하는 시간을 다소 버는 효과가 있겠지만 글로벌 무역장벽으로 한국 경제에 닥칠 피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맞불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수출이 당장 연간 3억34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는 미국 중국 EU가 각각 관세를 10%포인트 올리면 우리나라 수출 감소액이 연 367억 달러(2017년 수출액 5739억 달러의 6.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이번 통상전쟁으로 전 세계 교역의 10%가 줄어들 것이라는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재앙에 가까운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글로벌 무역전쟁은 고정적 외부환경으로 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시장 등 아시아 역내(域內)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해야겠지만, 그보다 앞서 새로운 통상질서에 대응하는 국내 정부 조직을 강화하는 방안을 당장 검토해야 한다. 내실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하다. 엊그제 당정이 내년 예산 편성 방향을 일자리와 복지 분야를 증액하는 슈퍼 팽창 예산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크게 늘어날 국가부채는 경제 체질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섰을 때 건전한 재정이 위기 극복의 맷집 역할을 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