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 이보다 약 2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경. 송철호 울산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의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됐다. 울산시장 명의로 된 총무과장 인사발령장이었다. 인사발령장이 울산시청 공무원을 통해 외부로 누출된 것이다. 이 인사발령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캠프 측 인사들 사이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 행정부시장은 인사 발령 사실조차 모르는데, 인사발령장은 외부에 한참 나돌았던 셈이다. 이쯤 되면 기강 해이라는 말조차 쓰기 아까울 정도다. 만약 허 부시장이 인사 발령 사실을 알고도 기자들에게 모른 척했다면 인사 과정에서 소외되는 등 뭔가 섭섭했던 감정을 우회적으로 털어놓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에 대한 현직 공무원들의 지지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지 속에는 인사 적폐를 척결해 달라는 바람도 담겼을 것이다. 하지만 송 시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행정부시장도 모르게 한 것을 보면서 대다수 공무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번 총무과장 인사는 캠프 출신의 한 인사가 깊이 개입하면서 ‘행정부시장 패싱’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도 캠프 측 인사를 울산시 인사에 관여시키고 싶었으면 차라리 ‘인사특보’와 같은 정식 공무원 명찰을 우선 달아주는 게 떳떳하지 않았을까. 과유불급(過猶不及), 뭐든지 지나치면 탈이 난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