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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20% 떨어지면… 집주인 22%, 빚내야 보증금 돌려줘”

입력 | 2018-06-21 03:00:00

韓銀 ‘금융안정보고서’ 국회 제출
전세자금 대출 72조… 3년새 2배로, 역전세난에 금융 리스크 커져
보증금 반환 놓고 집주인과 갈등 우려




전세금 시세가 20% 떨어지면 집주인 10명 중 2명은 은행에 빚을 내지 않고는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 시세가 하락할 뿐 아니라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생긴 금융리스크다. 세입자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70조 원을 넘어선 만큼 보증금 반환을 두고 집주인과 갈등을 빚을 우려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72조2000억 원이었다. 은행을 통한 일반 전세자금 대출 53조2000억 원에다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국민주택기금 대출 19조 원을 합한 금액이다.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2014년 말 35조 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3년 동안 연평균 10조 원 넘게 불어났다. 집값이 급등하는 데 비례해 전세금 수준이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지역에서 대규모 이주가 이뤄지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은은 “전세자금 대출은 공적기관 보증을 받을 수 있어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도는 낮고 금리는 비슷해 금융기관 수익에 더 유리하다”며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한 것도 대출 증가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신규 세입자에게서 받는 보증금만으로 종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충당하기가 어려워졌다. 한은은 신규 아파트가 최근 3년 사이 전국적으로 31만6000가구가 완공되면서 전세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5월 수도권과 지방의 전세금 시세는 지난해 말보다 0.8% 떨어졌다.

단기간 전세 가격과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전세금 하락세가 급격하게 이뤄지면 집주인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은 전세금이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처럼 20% 급락하면 집주인의 7.1%는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고, 14.5%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예금 등 금융자산만으로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가구는 전체의 78.4%였다.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임대인의 3분의 1가량은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를 때 다주택 임대인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한은은 1주택 임대가구 중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사람은 15%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은은 지난해 말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가계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체 주택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7%에서 올해 1분기 5.3%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9.5%에서 11.8%로 늘었다.

한은은 신용대출은 변동금리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향후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