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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9명 낳은 안동 임청각 들여다보기

입력 | 2018-05-28 03:00:00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무료 특별전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특별전에 전시된 석주 이상룡의 건국공로훈장(오른쪽)과 아들 이준형의 건국훈장 애국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사진·1858∼1932)부터 동생 이상동(1865∼1951), 아들 이준형(1875∼1942), 손자 이병화(1906∼1952)까지.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만 9명을 배출한 집안이 있다. 바로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고성 이씨의 종택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이다.

선비정신과 항일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자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대표하는 임청각을 조명하는 전시회가 있다.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열리는 ‘임청각을 가다, 이상룡을 만나다’ 특별전이다.

1911년 이상룡 선생은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400여 년간 이어진 가문의 종택을 처분한 뒤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독립군 양성기관인 신흥무관학교와 이주동포를 위한 자치기구인 경학사(耕學社) 등이 탄생한 배경이다. 당시 임청각을 처분한 부동산 문서와 노비문서 원본 등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1932년 74세로 머나먼 이국땅 만주에서 영면한 이상룡 선생. 아들 이준형은 임청각으로 돌아왔지만 일제는 “불령선인의 집”이라며 종택 마당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길을 건설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결국 1942년 “일제 치하에서 하루를 더 사는 것은 하루의 치욕을 더 보탤 뿐이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이준형이 남긴 피 묻은 유서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밖에도 임청각의 며느리인 김우락(1854∼1933), 허은 여사(1907∼1997)의 생전 구술집과 석주 선생이 항상 지니던 용장(龍杖) 등도 공개한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무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