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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유기농 음식 같은 동요, 귀에 꽂히는 가사 없어도 건강”

입력 | 2018-05-23 03:00:00

영·유아 콘텐츠 만드는 ‘바이시클’ 이도희 대표




이도희 바이시클 대표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유치원인 찰리스 빅레드 하우스에서 인형을 들고 웃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단독 주택이 있는 넓은 마당 한쪽에는 큰 나무가 있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그네를 타거나 동물 우리 안 닭이나 토끼와 함께 논다. 실내에서는 음악과 미술을 배우고 책방에서는 내키는 대로 그림책을 읽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유치원인 '찰리스 빅레드 하우스' 얘기다. 이 곳을 모태로 하는 영·유아 콘텐츠 기업 '바이시클'이 최근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유아용 콘텐츠를 공급해 화제다. KT의 무민키즈폰과 카카오의 유아 플랫폼 카카오키즈에 콘텐츠를 태웠고 현재 SK브로드밴드와도 콘텐츠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시클 이도희 대표(52)를 최근 만났다.

이 대표는 광고업과 디지털 마케팅 등을 거쳐 벤처회사인 디지캡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영·유아 콘텐츠 기업에 눈을 돌린 건 의외였다. 계기는 46세 때 출산한 늦둥이 딸이었다. 딸을 직접 교육시키려다 보니 이전에 막연하게 파악했던 영·유아 교육 시장의 문제점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국내 학습지 교사는 편차가 심하고, 교구를 수십만 원어치 사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부모도 문제입니다. 집에서 아이와 10분 정도 놀아주다가 힘드니 그냥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가정이 적지 않더라고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노래들도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청각은 아이들이 빨리 발달하는 기관 중 하나인데 재미를 가장해 똥이나 방귀 등 자극적인 소재를 쓰는 노래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 또 아이들의 발달 단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 노래들을 억지스럽게 번역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던 중 이 대표는 찰리스 빅레드 하우스에 아이를 보내게 됐다. 이곳은 유아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대기업 오너나 연예인 등의 자녀도 적지 않았다. 원어민 선생님도 있지만 영어만 가르치지는 않았고, 주입식 공부가 아닌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배우게 한다는 철학이 있었다.

그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돈 있는 사람만 누릴 게 아니라, 좋은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누릴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유아 교육 시장의 규모가 연간 18조 원에 이르지만 양질의 콘텐츠가 많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2015년 아예 이곳을 운영하는 바이시클을 인수해 대표를 맡았다. 이곳의 좋은 콘텐츠를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보급하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바이시클이 개발한 프로그램인 플레이송스는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면서 배우게 한다. 미국 템플대 교수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션도 콘텐츠 개발에 참여했다.

“저희 노래들은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밋밋한 유기농 음식 같아요. 느리고 자극이 없어서 처음부터 아이들의 귀에 꽂히는 노래는 아닐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도 건강한 자극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유기농 같은 건강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고 싶어요.”

이 대표는 앞으로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과 접목한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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