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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송인배만 조사하고 “별문제 없다” 사건 종결

입력 | 2018-05-22 03:00:00

[드루킹 파문]靑으로 번진 드루킹 의혹




21일 국회에서 특별검사(특검)법까지 통과된 댓글 여론조작 사건, 일명 ‘드루킹’ 파문이 청와대로 번졌다.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대선 과정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해온 송인배 대통령제1부속비서관이 드루킹을 김 전 의원에게 소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측근 비위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실이 이를 알고도 대통령에게 한 달 이상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조기 종결하고, 보고 안 한 민정수석실

청와대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이 송 비서관과 드루킹의 관계를 처음 확인한 것은 김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드루킹이 인사 청탁 압박을 해온 사실을 밝힌 지난달 16일 직후다. 이때 송 비서관이 먼저 민정수석실에 자신이 드루킹을 김 전 비서관과 연결해준 사실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송 비서관이 드루킹을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6월이다. 송 비서관은 ‘노사모’ 출신으로 자신의 선거를 돕던 자원봉사자 A 씨 부부의 소개를 받아 드루킹과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등 7, 8명을 김 전 의원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과 11월 드루킹 측으로부터 간담회 참석 사례비 명목으로 100만 원씩, 총 200만 원을 받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송 비서관이 김 전 의원과 드루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21일에야 문 대통령에게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비서실장까지만 보고하고 한 달가량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송 비서관을 대상으로 지난달 20, 26일 두 차례에 걸쳐 대면조사를 한 사실도 이날 공개했다. 민정수석실은 송 비서관의 진술에 따라 김 전 의원에게 드루킹을 소개해준 것은 통상적인 지지 활동이라며 사건을 종결했다. 송 비서관은 드루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나 휴대전화를 바꿔 현재 메시지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진술했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드루킹이 텔레그램으로 정세 분석글 등을 보냈으나 댓글 조작과 관련된 기사 링크 등은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송 비서관이 댓글 관련 사안을 모른다고 한 것은 ‘매크로’ 등의 문제는 상의하지도 않았고 시연을 본 적도 없다는 것”이라며 “단지 (드루킹 등과) 만났을 때 ‘좋은 글이 있으면 회원들 사이에 많이 공유하고 관심을 가져 달라는 취지의 말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은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으로 핵심 참모들이 판문점과 청와대를 오가며 긴박하게 움직이던 시점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송 비서관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송 비서관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한 문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 靑 “수사 이뤄지면 의혹 풀릴 것”

송 비서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한 시점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드루킹은 경찰 조사 때 송 비서관을 통해 김 전 의원을 소개받은 사실을 이미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특검법 통과 당일 송 비서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특검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송 비서관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 은폐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자체 조사 결과를 서둘러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참모진 가운데 송 비서관 외에 드루킹과 관련된 인물이 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송 비서관 외에도 대선 캠프에서 뉴미디어를 담당한 조한기 의전비서관 등 일부 참모진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지지 활동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 전 의원이나 송 비서관이 인터넷상에 팬이 많은 열혈 지지층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하루빨리 수사가 이뤄지면 의혹들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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