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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정은 만나야 하나’ 고민한다는 트럼프… 北, 다 잃고 싶은가

입력 | 2018-05-22 00: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주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를 참모들에게 집요하게 묻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경제 보상을 받는 그런 거래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데 놀라고 분개했으며, 북-미 회담이 정치적 낭패가 될까 봐 점점 걱정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놓고 ‘상투적인 협상전략’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것 자체의 득실을 다시 따져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말한 지 3주도 안 돼 돌변하기 시작한 북한의 행태는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당혹스러운 사태 전개일 것이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미 회담에서 더 많은 걸 받아내기 위한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북한에 익숙지 않은 트럼프와 참모들이 받아들이는 감은 많이 다른 것 같다. 한미 정상회담이 22일로 예정돼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이 전했던 김정은의 말과 최근 북한의 성명이 왜 다른지를 물었다는 것도 그런 기류를 드러낸다.

물론 현재의 삐꺽대는 조짐은 성공에 대한 자신감에 넘쳤던 트럼프가 북한의 협상 패턴, 그리고 중국이 제재 대열에서 조금이라도 이탈 조짐을 보일 때 평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깨달아가는 수업 과정이 될 수 있다. 북한은 6·15 남북 공동행사를 논의하려던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는 등 남한에는 등 돌리기를 계속하지만 미국이나 북-미 회담에 대해서는 더 이상 험담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노벨 평화상 얘기 등에 고취된 트럼프의 회담 성공에 대한 열망을 알아차린 김정은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준의 비핵화 약속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북한의 어깃장이 계속돼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 자체가 위기 모면 책략에 불과했다는 판단을 하는 상황이 되면 판 자체가 깨질 수 있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전술로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다가는 최빈곤의 고립 상태를 벗어나 정상국가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