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를 흐르는 모이카강의 전경. 동아일보DB
막심 고리키. 이환병 씨 제공
○ 서유럽을 향한 창문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가 건설한 도시입니다. 네바강의 하류 지역에 위치해 있고, 발트해와 연결된 곳입니다. 늪지대에 엄청난 양의 돌을 쏟아부어 기반을 다지고, 여러 곳의 물길을 모아 인공적으로 운하를 만들었습니다. 표트르 대제는 넓은 평야지대에 운하와 서구식 건축물을 세웠습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목조 건축물을 많이 지었습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영국의 버킹엄 궁전처럼 대리석을 이용해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건축 양식도 서유럽의 건축물을 모방하였습니다.
18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건설된 이후 수많은 문학가가 이 도시에 살면서 작품을 남겼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이 소설의 제목 정도는 모두 들어 보았을 겁니다.
‘죄와 벌’이 쓰였던 1860년대 러시아는 말 그대로 불안의 시대였습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양극화도 심화되었습니다. 1861년 농노가 해방되었고, 해방된 농노들이 도시로 몰려듭니다. 도시 빈민이 많아졌고 각종 범죄도 발생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불안의 시대에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사악하고 수전노로 소문난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죄와 벌’ 소설 첫 문장은 매우 유명합니다. 첫 문장은 ‘7월 초 찌는 듯이 무더운 어느 날 해 질 무렵, S골목에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입니다. S골목과 K다리는 현재의 스톨랴르니 골목과 코쿠시킨 다리를 말한다고 합니다.
○ 막심 고리키 시로 불린 니즈니노브고로드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한국 축구대표팀이 머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뉴페 테르호프 호텔. 대한축구협회 제공
니즈니노브고로드는 1932년부터 1990년까지 막심 고리키 시라고 불렸습니다. 고리키는 러시아의 대문호입니다. 그의 자전적 소설 ‘어린시절’ ‘어머니’ ‘밑바닥’ 등은 유명합니다.
소설 ‘어머니’의 첫 문장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첫 문장은 ‘아침마다 변두리 노동자촌은 기름연기와 먼지에 찌든 대기 속에서 공장의 증기기적 소리가 날카롭게 떨며 울려 퍼졌다. 곧 그 소리에 이끌려 나오듯 사람들이 작은 회색집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입니다. 1900년을 전후해 한 도시의 변화와 노동자의 일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소설에는 파벨 블라소프라는 젊은 노동자와 어머니 펠라게야 닐로브나가 등장합니다. 파벨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운동을 이끌고, 어머니 펠라게야 또한 아들의 영향을 받아 평범한 어머니의 삶을 넘어 노동운동 투사로 변신합니다. 이 작품은 평범한 노동자가 혁명가,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노동자와 하층민의 필독서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우리 대표팀의 승리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겠지요. 승리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러시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특히 러시아의 문학 작품들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서 사람은 책을 읽고 쓰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열악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으면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고리키 역시 정식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정도만 학교를 다녔고, 열 살부터는 먹고살기 위해 구둣방 보조, 짐꾼 등 밑바닥 생활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러시아의 문학 작품을 읽으며 성장했습니다. 훌륭한 문학작품을 잘 읽으면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여러분의 생각과 마음도 자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