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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8개월만에 세 번째 금감원장, 감독기관 신뢰부터 회복하라

입력 | 2018-05-05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를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9월 임명돼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물러난 최흥식 원장과 ‘셀프 기부’가 위법으로 드러나 사퇴한 김기식 원장에 이은 이 정부 세 번째 금감원장이다. 두 전 원장이 모두 민간 출신이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다시 교수 출신 윤 원장에게 ‘금융 검찰’의 수장 자리를 맡긴 것은 관료 출신으로는 과감한 금융개혁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윤 원장이 과거에 보여준 진보 성향에 대해서 금융계 일각의 우려가 있다. 윤 원장은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말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 금융지주회사에도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금융위는 “큰 틀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할 문제”라며 권고를 거부했지만 윤 원장이 금감원장이 되면서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가 됐다.

노동이사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주장과 회사나 주주의 이익보다 노조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경영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 논란이 되는 제도다. 적대적 성향의 노사관계가 많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성급하게 밀어붙일 만한 사안은 아니다. 윤 원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것은 재벌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경제당국이 앞다퉈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요즘 분위기에 윤 원장의 이런 소신이 기름을 끼얹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비리와 직원들의 금융상품 매매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 당국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실추시킨 바 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문제없다’던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이 바람에 이 회사 주가는 사흘 동안 25% 넘게 떨어졌다. 투자자야 어찌 됐건 ‘코드’만 맞추겠다는 결정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신인도까지 끌어내렸다. 금감원 감리 결과는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하는 것이 절차인데도 섣부른 발표로 혼란을 야기했다. 금융 감독체계 개혁을 주장해온 신임 윤 원장이 개혁보다 앞서 해야 할 일은 감독기관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