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젠핑 중국 치매학회장 “中 치매 전문가-인프라 부족… 한국 빅데이터 기술 놀라워”

입력 | 2018-05-03 03:00:00

조선대 치매연구단과 업무협약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치매 환자는 72만5000여 명으로, 10명 중 1명꼴이다. 치매는 한국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인구가 많은 중국은 그만큼 치매 환자가 많다. 현재 중국의 치매 환자는 1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인구 전체와 맞먹는다.

중국 치매학회와 신경과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자젠핑(賈建平) 중국 수도의대 신경과 교수(64·사진)는 심각해지는 중국인 치매 문제 개선책을 찾기 위해 지난달 26일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단장 이건호 교수)을 찾아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구단은 현재 65세 이상 남녀 1000여 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확보해 표준화된 뇌 지도를 작성했다. 나이가 들면서 뇌 주요 부위가 변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변화 폭이 크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기반으로 치매 예측 및 조기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매우 적은 양의 혈액이나 타액으로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도 실용화 단계에 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연구단의 기술이 중국 주요 대학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자 교수는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 시스템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분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치매 조기진단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 교수는 “가족이 치매에 걸리면 3∼5년은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고생한다”며 “환자 중에 70세 남성이 있었는데, 66세인 부인이 ‘다른 어떤 병이라도 치매보다는 간호하기가 나을 것 같다’고 울며 토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 교수가 이번 방한 중 가장 관심을 둔 분야는 연구단의 의료 빅데이터 저장 및 분석 기술이다. 그는 “첨단 바이오뱅크 시설에서 혈액과 뇌척수액 등을 10년 이상 변성 없이 장기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중국이 더 많은 치매 환자 빅데이터를 확보한 미국 대신 한국과의 협력에 나선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유전적 동질성 때문이다. 한국과 공동연구를 하면 치매 예측 및 진단 기술을 중국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또 양국의 협력으로 치매 진단 시장을 선점하는 등 아시아가 치매 연구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자 교수는 “전 세계 치매 환자의 50%가 아시아 국가에 있는 만큼 동아시아인에게 최적화된 알츠하이머병 예측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