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음악감독서 배우 변신 박칼린 “낙하산 절대사절” 오디션 거쳐… 다양하고 거친 안무도 척척 디큐브아트센터서 22일 개막
박칼린은 뮤지컬계 ‘카멜레온’ 같은 존재다. 국내 뮤지컬 음악 감독 1호이자 연출가, 배우로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박칼린은 “배우, 연출가, 음악 감독 다 매력 있고 재미있지만, 직접 다 해보니 그중 가장 힘든 건 음악 감독인 것 같다”며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00년 뮤지컬 ‘시카고’ 국내 초연부터 14년간 음악 감독을 지낸 박칼린(51)이 22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18번째 시즌 공연에서 배우로 변신한다. 박칼린은 최정원과 함께 주인공 벨마 켈리 역을 번갈아 가며 연기할 예정이다. 벨마는 남편이 여동생과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두 사람을 죽인 보드빌 배우. 36개국, 490개 도시에서 3만2500회 이상 공연된 뮤지컬 ‘시카고’에서 음악 감독이 배우로 전향해 무대에 오르는 건 박칼린이 처음이다.
“제작사에서 벨마 역을 제안했을 때 짧은 순간이었지만 10번 정도 (마음이) 왔다 갔다 했어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오디션을 봐서 정정당당하게 캐스팅되면 올인하겠다는 거였죠. 그 다음 든 생각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제안했음 더 좋았을 텐데…’였죠. 하하.”
“문제는 안무였어요. 시카고가 다양한 동작이 많은 작품이잖아요. 초연 때부터 벨마 역을 맡은 최정원 씨가 상당한 안무를 소화한 뒤 무대 뒤에서 거친 숨을 내쉬던 걸 다 봐놓고…. 하지만 저의 특기인 ‘겁 없이 덤비기’ 마인드로 도전했죠.”
기우였다. 박칼린은 오디션에서 법정 장면인 ‘핫 허니 래그(Hot Honey Rag)’ 등 2개의 넘버를 소화하며 완벽한 안무와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국적 외모와 큰 키 역시 ‘벨마’ 역에 발탁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벨마 켈리로 분장한 박칼린. 신시컴퍼니 제공
그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작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노래와 연기 등의 미세한 변화가 의도된 선택인지, 아니면 변질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그는 연출가를 찾아갔다. “연출가에게 ‘정말 미안한데 내게 너무 정보가 많다. 다 잊게끔 도와 달라’ 부탁했어요. 한동안 머리에 있는 걸 100% 지우고 새로 흡수하는 데 집중했죠.”
22일부터 8월 5일까지. 6만∼14만 원, 02-577-198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