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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유발 가능성”

입력 | 2018-04-27 03:00:00

한국과 스위스-독일 연구진, 사이언스에 연관성 논문 발표
“진원지, 주입정 아래 150m 지점”… 지질학계 “증거 수집 더 필요”





지난해 11월 발생한 리히터 규모 5.4의 경북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자극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논문을 통해 공식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팀은 김광희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 팀과 함께 포항 지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포항 지진 본진의 진원이 포항 지열발전소의 주입정 2곳 중 1번 주입정 아래 약 150m 지점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210회의 여진의 진원지를 토대로 추정한 단층면 역시 주입정 바로 아래였다.

프란체스코 그리골리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교수 팀 역시 진원지의 위치가 지열발전소 시설과 매우 가깝고 통상적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진원의 깊이(10∼20km)보다 지표면에 가까운 4.5km 지점에서 일어났다는 점 등을 들어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했다.

지열발전소에서는 발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하 암반에 물을 주입해 인공적인 틈을 만드는 수리자극을 한다. 이때 상대적으로 높아진 수압으로 규모 3.5 이하의 유발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1만2800m³의 물을 주입했다. 하지만 주입 속도는 초당 49L에 불과한 낮은 수압이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이런 낮은 수압으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려면 810배 많은 양의 물이 주입돼야 한다. 이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물이 바로 단층대에 흘러들어가 자극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낮은 수압에도 큰 지진이 발생한 이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질학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구진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좀 더 직접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연구단’의 연구책임자인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포항 지진은 마지막 수리자극 후 두 달 뒤에 일어났다. 두 논문 모두 이런 지연 시간을 설명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여인욱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단층대의 지질학적, 수리(水理)적 특성에 대한 실측 조사 결과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