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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국GM, 23일 오후5시 넘기면 확실히 법정관리로 갈것”

입력 | 2018-04-23 03:00:00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는 한국GM에 대해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가 “시한인 23일을 넘기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사가 당초 20일인 협상 시한을 23일로 연장했지만 추가 연장은 GM뿐만 아니라 정부로서도 용인하기 힘들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 GM 본사가 노사 합의 시한을 다시 연장하거나 한국GM이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도 주주 총회 의결 과정에서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국GM 노사가 계속 시간을 끌면 정부로서도 한국GM의 법정관리 신청을 막기가 힘들게 됐다.

○ 23일 넘기면 법정관리 불가피

기재부 당국자는 22일 “새로운 ‘데드라인’인 23일 오후 5시를 넘기면 한국GM은 확실하게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GM 본사가 한 차례 연장한 시한을 또다시 연장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는 노조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서는 한국GM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노조도 정신 좀 차려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도 노조는 ‘한국GM 군산공장 직원 약 680명에 대한 총고용을 보장하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21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열었지만 25분 만에 중단한 뒤 물밑 접촉만 이어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1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등을 만나 “노사 협상 타결은 정부와 산은 지원의 기본 전제”라며 “법정관리로 인해 그동안의 모든 이해 관계자들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 문 걸어 잠근 협력업체 공장들

한국GM 노사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20일 오후 GM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는 전북 군산시 자유로 곳곳의 GM 협력업체 공장은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서부지역 관계자는 “군산공단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2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까지 겹쳐 활력을 잃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GM 차량의 엔진 부품을 납품하는 W업체 공장은 멈춰 있는 부품 전용기가 눈에 띄었다. 완성차 모델의 단종으로 인해 부품 생산도 중단된 것이다. GM 부품은 무게가 무거워 GM 이외 다른 납품처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인근에 있는 트렁크 부품업체 D사는 일주일에 1, 2일 공장을 가동한다고 했다. 잘나갈 때 200억 원에 이르던 연매출액은 올해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체 대표는 “정부가 2억∼3억 원씩 지원해주는 긴급자금을 받아봤자 빚만 늘어나는 꼴”이라며 “전기차나 자율차로 업종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역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미래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사 결과에 주목

한국GM의 운명을 쥔 삼일회계법인의 한국GM 실사 중간보고서에는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엥글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회계법인의 실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판단 단계에 섰기 때문에 우리 몫의 일은 상당히 진전됐다”고 말했다.

실사 중간보고서는 노사 합의를 전제로 GM이 27억 달러만큼 출자 전환하고 28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는 것과 더불어 산은이 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면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GM 본사가 한국GM에 과도한 이전가격(글로벌 계열사 간 거래 가격), 연구개발(R&D)비 등을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과 고금리 대출 의혹에 대한 적정성을 가리기보다 이 요인들이 완화됐을 때 경영 정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열리는 23일 오후 8시까지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한국GM 이사회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산은은 한국GM이 법정관리를 강행하면 법정관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강유현 / 군산=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