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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조수진]‘스타벅스 보이콧’

입력 | 2018-04-19 03:00:00


포경선 선원 출신 허먼 멜빌은 1851년 출간한 소설 ‘모비딕(백경·白鯨)’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고래잡이를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광기를 더해 가는 선장과 대립하는 이성(理性)의 상징. 그는 늘 커피를 들고 바다를 마주한다. 1971년 포경선이 드나들던 항구도시 시애틀에서 대학 동기 셋이 낸 커피 가게 상호 ‘스타벅스’는 스타벅에 복수를 뜻하는 ‘s’를 붙인 것이다.

▷스타벅스는 동네 다방이었지만 로고도 선보였다. 달콤한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 이성(스타벅)이 감성(세이렌)을 저지한다는 의미 등을 담았다. 세계적 체인점이 된 건 1987년 하워드 슐츠 회장의 인수 이후였다. 지역마다 땅값이 가장 비싼 곳만 골라 천장 높은 통유리 매장을 냈다. 음반사 하나를 인수해 매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제작했다. 공짜로는 줘도 값을 할인해 주는 법은 없다. 고객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이런 스타벅스가 요즘 미국에선 구시대적 기업으로 추락했다.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무단 침입’으로 신고해 수갑을 채워 연행되게 만들더니 화장실 사용을 거부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다음 달 미국 내 직영매장 8200여 곳을 반나절 휴업하고 전 직원 17만5000명에게 인종차별 방지 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반(反)흑인 커피”라는 시위대의 함성과 ‘스타벅스 보이콧’ 운동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인은 6년 전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찢어진 눈’이 그려진 컵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유독 잘 팔린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 근처만 해도 교보문고 바로 옆 대형매장이 있는데도 바로 건너편 광화문우체국에 새 매장이 들어섰다. 커피값 세계 1위, 인구수 대비 매출 1위, 단위면적당 점포 수 1위, 국내 커피 전문점 첫 매출 1조 원…. ‘별다방’의 한국 승전보가 별에까지 닿을 기세다. ‘스타벅스 봉’이란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