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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하던 학종, 이젠 갈피 잡히네요”

입력 | 2018-04-09 03:00:00

高大 진학콘서트 참가자들 큰 관심




7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2019학년도 진로진학콘서트’에서 양찬우 인재발굴처장이 입시전형을 종합 정리해 보여주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고려대 제공


7일 오후 3시경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 1000석 규모 강당의 대형 화면에 막대그래프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좌석 곳곳에서 스마트폰이 쑥쑥 올라왔다. 화면 사진을 찍는 소리는 연예인 팬 미팅을 방불케 했다. 이날 행사는 고려대가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마련한 ‘2019학년도 진로진학콘서트’. 지난해 고려대 입시 분석결과를 공개하고, 내년도 입시 전형을 안내하는 입시설명회였다. 오전 9시 반, 오후 2시 등 두 차례에 모두 2000명이 객석을 채웠다.

참가자들은 고려대의 올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기준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고려대는 전체 모집 정원 3796명 중 72.6%인 2757명을 학종으로 선발한다. 최근 학종이 ‘깜깜이’ ‘금수저’ 논란에 휩싸인 것을 의식한 듯 이날 관련 정보를 대거 공개하며 투명성과 심층성을 강조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수시 전형에서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 중 일반고 비중이 73.5%로 정시(66.5%)보다 7%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를 이날 공개했다. 실기 위주의 몇몇 학과를 빼고는 대부분 학종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정시보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일반고가 불리할 것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결과였다. 박민규 고려대 인재발굴처 부처장은 “학생부 위주의 수시 선발이 특목고나 자사고를 위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입학사정관들은 “지각, 결석이 있어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불리하지 않다” “절대적인 수상 횟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등 구체적 판단 기준을 하나씩 설명했다. 고3 수험생을 둔 김모 씨(50·여)는 “자기소개서에 실수로 ‘신촌에 있는 Y대에 가고 싶다’고 써도 무조건 탈락시키지는 않는다던 말이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에 남았다. 어렵게만 생각되던 학종의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부 토크 콘서트에 나온 올해 고려대 신입생들이 자신의 학기별 내신등급을 공개하자 장내가 살짝 술렁였다. 한 신입생이 다른 신입생을 바라보며 “저 친구의 가장 안 좋았던 내신 등급이 제가 가장 잘 받은 점수와 비슷하다. 그런데 나도 합격했다”며 너스레를 떨자 학부모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언제까지 ‘대치동 학원가’로 대표되는 줄 세우기식 입시를 해야 하느냐. 학종을 통해 인성 좋고 더불어 사는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앞으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전형 과정을 더 정교하게 만들 계획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