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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자연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인간이 손대기 전까지는

입력 | 2018-04-07 03:00:00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페터 볼레벤 지음/강영옥 옮김/332쪽·1만6000원·더숲




19세기 후반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선 늑대가 가축을 위협한다는 농부들의 탄원에 따라 늑대 멸절계획이 시행됐다. 늑대가 종적을 감춘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땅과 강가가 황폐해졌고 풀과 나무가 사라졌다. 늑대에게 공격받지 않아 개체수가 늘어난 초식동물들이 풀과 나무를 다 먹어버린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생태계의 균형이 복원된 것은 1995년 미국 정부가 늑대를 방사하면서부터였다. 늑대가 사슴을 잡아먹자 사슴의 개체수는 줄어들었고, 죽어가던 강가의 나무들은 살아났다.

독일의 논픽션 작가이자 숲 해설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제목 그대로 자연의 비밀스러운 네트워크를 펼쳐 보인다. 동물과 식물, 작은 균류 등 모든 자연의 존재들이 어떻게 교감하고 연대하는지,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겨울 추위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노루와 야생 멧돼지를 딱히 여긴 독일 사냥꾼들이 사료를 주자 부작용이 생긴다. 전에는 굶어죽는 동물이 생겨 자연스럽게 개체수가 조절됐지만 인간이 먹이를 주면서 개체수가 급증해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런 일도 있다. 도토리가 많이 나는 스페인의 에스트레마두라에 검은목두루미가 찾아든다. 도토리가 많이 열리는 나무를 심은 농부들도 두루미를 먹여 살린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문제는 이곳이 유명한 ‘하몽’ 소시지를 만들 수 있는 돼지의 사육지라는 것이다. 돼지가 먹어야 할 도토리를 두루미가 먹으면서 소시지 생산이 줄어들었다.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저자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점은 ‘생태계란 그야말로 다양하고 복잡하며 작은 변화가 모든 생물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책은 생태계라는 거대한 시계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톱니바퀴가 있음을, 인간이 모든 일이 순리대로 돌아가도록 내버려둘 때 자연은 놀라운 결과를 준다는 것을 알려준다. ‘생태계’와 ‘자연’의 자리에 ‘인생’을 넣어도 좋은 교훈일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