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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는 당연? 주변 도움 필요하죠”

입력 | 2018-04-05 03:00:00

드라마 ‘마더’ 끝낸 김철규PD
“피 나눈 관계가 때론 더 배타적… 한국의 혈연주의 되돌아본 기회”




tvN ‘마더’를 연출한 김철규 PD는 “모녀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근원적이고 타인에 대한 짙은 애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미혼모 자영(고성희)의 이야기를 담게 되면, 많은 엄마가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죠. 모성애는 여성에게서 당연히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과 주변의 도움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2일 서울 마포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만난 김철규 PD(52)는 드라마를 만들며 “피상적으로 이해하던 모성애에 대해 다시 공부했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연출한 tvN 드라마 ‘마더’(지난달 15일 종영)는 친모 자영이 방치한 아이를 납치하는 초등교사 수진(이보영)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동학대와 모녀 관계, 가족의 의미와 같은 묵직한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마더’는 아시아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제1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드라마는 혈연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극 후반부 수진의 엄마인 영신(이혜영)도 세 딸을 모두 입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갈등은 절정에 이르렀다. 김 PD는 “혈연은 인간관계의 전부이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가 끌리는 것도 당연하지만, 때로는 혈연관계에서 더 배타적이고 심지어는 공격적인 면모가 드러나기도 하죠. 영신의 대사에 ‘나는 너를 낳지 않았단 것조차 까맣게 잊고 살아왔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있는데,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마더’는 2010년 아동학대를 다룬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김 PD는 원작을 보고 “발상 자체가 놀라웠고,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즈음 한국에서도 아동학대 문제가 점차 수면으로 드러나는 상황이어서 불편한 주제지만 외면하지 말고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의 골격을 건드리지 않되, 감정과 이야기를 풍성하게 가져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설악(손석구)이나 진홍(이재윤) 같은 새로운 캐릭터도 추가로 넣었고요.”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가는 여타 한국 드라마와 달리 ‘마더’는 인물 간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려 애썼다. 김 PD는 이를 위해 “극에서 연출한 흔적이 가급적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