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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주춤하자… 강북이 후끈

입력 | 2018-04-03 03:00:00

서울 아파트 ‘옥석 가리기’ 본격화




지난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14m²(이하 전용면적)는 15억6000만 원에 팔렸다. 불과 몇 주 전에 찍은 역대 최고가 기록(13억 원)을 한 달도 안 돼 갈아 치웠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호가는 16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 아파트 84m²는 지난달 12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서만 3억 원 가까이 올랐다. 인근 진명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래량은 많지 않지만 실수요자나 장기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했다.

지난달 이후 서울의 일부 아파트 중 ‘신고점 경신 릴레이’를 펼치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에 강남 아파트 시장이 진정세에 접어들자 비강남권의 돈 되는 아파트로 관심이 몰리는 ‘끝물 투자’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 자이’ 59m²는 최근 12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역대 최고인 11억8000만 원에 거래가 성사되자 심리적 마지노선인 12억 원에 진입한 매물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가격 상승세가 입소문을 타면서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강남권의 다른 단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 114m²는 지난달 27일 15억6000만 원에 팔렸다. 2월 초 시세는 14억9000만 원이었다. 동작구 사당동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59m²는 지난달 9억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직전 실거래가는 7억4700만 원(지난해 11월)이었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 때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84m²는 지난달 8억5000만 원에 팔린 데 이어 최근 9억 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 캐슬 골드파크 3차’ 84m² 분양권도 지난달 27일 7억1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올해 들어서만 8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이 단지들의 분위기는 최근 강남권 아파트 시장 상황과 정반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9%에 그쳤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정부 규제와 미국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며 지난달부터 줄곧 가격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시장 과열의 진원지였던 강남 재건축 시장의 경우 올해 초만 해도 호가가 25억 원을 넘었던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110m²가 지난달 22억9000만 원에 팔리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매물은 21억 원대에 거래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집값의 지표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호가가 1억 원 넘게 빠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과거 시장이 활황기일 때는 한 단지가 오르면 주변 단지까지 함께 가격이 오르는 ‘갭 메우기’ 장세가 이어졌지만 이제는 투자 가치가 높은 일부 단지로만 수요가 몰리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짝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며 “가격 급등세에 피로감을 느낀 수요자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