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심청가로 뭉친 고수들 “얼쑤∼ 판소리 제대로 보여드리리다”

입력 | 2018-04-03 03:00:00

국립창극단 ‘심청가’서 의기투합 손진책 예술감독과 안숙선 명창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가’에서 연출을 맡은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오른쪽)의 북 장단에 맞춰 심청가의 한 대목을 구성지게 부르고 있는 안숙선 명창. 안 명창은 이번 공연에서 작창과 도창을 맡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71)이 20년 만에 창극 연출에 나선다. 2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가’를 통해서다. 이번 공연에선 명창 안숙선 전 국립국악원 예술감독(69)이 작창(作唱)과 도창(導唱·창극에서 공연을 이끄는 해설자)을 맡았다.

주로 마당놀이와 연극 무대 위주로 활동해온 손 감독은 1998년 동아일보 주최 창극 ‘천명’을 연출한 뒤 20년간 창극 연출에 나서지 않았다. 세 차례 창극 연출에 나섰던 것도 모두 동아일보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1987년 동아일보 명인명창공연 창작 창극 ‘임꺽정’을 연출한 데 이어, 1990년 동아일보 창간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옛 소련의 9개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펼쳤던 창극 ‘아리랑’을 연출했다.

지난달 29일 국립극장에서 손 감독과 함께 만난 안숙선 명창은 “손 감독이 1987년 ‘임꺽정’을 연출했을 때 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던 인연이 있다”면서 “과거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재임 당시 손 감독에게 수차례 창극 연출 부탁을 했는데 매번 거절당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손 감독만큼 창극을 잘 아는 연출가가 없거든요. 손 감독이 오랜만에 창극 연출에 나선다며 내게 작창과 도창을 부탁하더라고요. 고민 없이 바쁜 스케줄을 쪼개 함께하겠다고 했죠.”(안 명창)

손 감독 역시 국립극장 개관 초기 시절 안 명창과의 인연을 전했다. 손 감독은 1973년 국립극장 개관 때부터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극단의 조연출을 맡았다. 안 명창은 1979년 또 다른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국립창극단 사무실이 달오름극장 2층에 있었는데, 모두 퇴근하고 난 뒤에도 유일하게 홀로 남아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사람이 안 선생이었어요. 인상에 깊이 남았죠. 그런 노력 끝에 오늘날 명창이 된 거지.”(손 감독)

심청가는 국립창극단의 단골 레퍼토리다. 1969년 초연한 국극 ‘심청가’를 15차례 올렸고, 2006년엔 창극 ‘청’으로 만들어 2011년까지 해마다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도 또 ‘심청가’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손 감독은 “개인적으로 심청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애호가다. 특히 강산제 심청가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손 감독은 30여 년간 심청가 사설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수차례 제작한 바 있다. 이에 안 명창은 “강산제 심청가가 극적이다”며 “손 감독이 심청가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번 공연이 여타 공연과 다른 점은 뭘까. 손 감독은 “가능한 한 소리 대목을 살리고 진짜 극을 보는 재미보다 판소리로 듣는 재미를 추구하겠다”며 “관객이 판소리의 멋과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게 이번 공연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안 명창도 “판소리 속에 연기가 들어있는데 기존 창극 연출가들의 경우 판소리를 뚝뚝 잘라버리고 연기를 강조하곤 했다”며 “창극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손 감독이 야무지게 만들어 낼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안 명창은 6시간 분량의 판소리 심청가를 이번 공연에서 2시간 남짓 길이로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녹록지 않은 작업이죠. 좋은 소리를 도려내려니 아까운 게 너무 많아요. 하지만 눈대목(하이라이트)은 빼지 않고 효과적으로 잘 배치했어요. 관객들도 들으면서 만족하실 겁니다.” 2만∼5만 원. 02-2280-4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