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국제부장
상당수 하원의원들은 상원의원을 꿈꾼다. 50개 주에서 각 2명씩 선출되는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 435명의 하원의원이 지역 정치인이라면, 100명의 상원의원은 전국적 스타다. 상원의원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입성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35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44대)이 대표적이다. 잠재적 대통령 후보군엔 상원의원 100명과 함께, 50개 주의 주지사(50명)도 포함된다. 지미 카터(39대), 로널드 레이건(40대), 빌 클린턴(42대), 조지 W 부시(43대) 전 대통령 등이 주지사 출신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을 현지에서 지켜보면서 ‘미국은 나라 크기만큼 대통령(후보)감도 풍부하다’고 느꼈다. 언제 대선판에 뛰어들어도 손색없는 상원의원과 주지사만 150명이 있다. 선출직이나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5대)의 당선으로 대통령 후보군은 더 확장되게 생겼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 여성’이란 평가를 받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63)도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 출마를 시사했다.
인구 수 기준으로 한국(5484만 명·미 중앙정보국 자료)은 미국(3억2663만 명)의 6분의 1쯤 된다. 그 배율을 그대로 단순 적용한다면 잠재적 대선후보도 미국(약 150명)의 6분의1(25명)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대선 때마다 인물난에 시달리고, 재수 삼수하는 경우도 흔하다. 18대, 19대 대선에선 주요 정당 후보가 모두 특정 지역 출신이었다.
‘이단아’로 불리던 트럼프는 백악관에 들어가 앉으니 점점 더 ‘미 합중국 대통령’ 느낌이 난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은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도 청와대만 들어가면 나올 때 ‘실패한 대통령’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국민은 “1명(대통령)만 잘하면 나라가 잘된다”고 하고, 정작 전직 대통령들은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이쯤 되면 대통령들의 개인적 문제로 봐야 하나,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하나. 대통령 중임제 개헌안을 확정하기 전에 한번쯤 진지하게 ‘대통령 없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보면 안 될까. 참고로 이승만 독재 정권을 4·19혁명으로 무너뜨린 뒤, 5·16군사쿠데타 전까지의 대한민국 권력구조는 지금 같은 대통령중심제가 아니었다.
부형권 국제부장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