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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동경영]日아이들 희망직업 1위 ‘박사·학자’ 이유 있다

입력 | 2018-02-26 03:00:00

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책임연구원




1980년대 G1 미국은 G2 일본을 배우고 따라잡자고 하였다. 왜 일본의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월드 베스트셀러 제품’이 되었는지, 왜 회사가 평생 종신을 보장하는데도 회사원들은 회사에 충성하고 최고의 생산에 최하의 에러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고, 미국은 쌍둥이 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의 해결방안을 찾으려 했다. 세계적인 창의력의 대가 토랜스 교수도 ‘일본, 창의력의 붐’이라는 논문에서 “미국은 일본이 모방을 잘하는 나라라는 고정관념이 있으나, 미국은 실용지식과 창의력이 강한 일본을 재평가해야 하며 특이하게도 일본은 정부 주도로 창의력 계발을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정책으로 추진해 붐을 조성하고 있다”고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상황은 악화되었다. 세계는 일본의 거품경제를 경고하면서 ‘침몰하는 일본’이라는 표현도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은 “있다”, “없다”의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하였다. 필자는 당시 일본 유학 중으로 일본 안에서 일본의 교육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지나친 학력경쟁으로 인해 이지메(집단따돌림)와 자살 등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였다. 이에 토요일 수업을 폐지했으며, 모든 학교가 3시면 학교를 마쳤고, 학생들이 학력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풍요로운 문화와 여유 있는 청소년기를 보내라는 ‘유토리(여유) 교육’을 전면 실시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지메는 줄어들지 않았고, 국제학력평가인 PISA나 TIMMS의 결과는 급락하였으며 학생들의 결석률은 높아갔다. 그러자 방송과 언론매체들이 나섰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일본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하면서 교육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였다. 국민의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에 해당되는 ‘학습지도요령’이 전면 개선되었고, 토요일 수업과 전국 일제고사 부활, 전국에 과학고의 신설 등 학력경쟁시대로 전환되어 오늘의 교육 시스템의 기반이 되었다.

2018년 1월 NHK를 비롯한 방송언론매체들은 다이이치(第一)생명보험의 설문조사결과를 일제히 발표하였다. 1989년부터 매년 같은 조사를 해온 다이이치생명보험이 2017년 일본 남자아이들의 희망직업 2위였던 ‘박사·학자’가 올해 1위로 상승하였음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2003년 이후 15년 만에 ‘박사·학자’가 다시 1위로 급상승하였다면서, 일본의 미래가 매우 희망적이라고 하였다(희망직업 2위, 3위는 부동의 상위권인 야구, 축구선수). 한편, 여자아이들은 21년째 변함없이 ‘식당주인’이 1위로 나타났다고 하였다(우리나라는 2017년 교육부 조사 결과, 남자아이의 희망직업 1위는 ‘운동선수’, 여자아이는 ‘교사’). 그리고 일본 남아들의 희망직업 1위가 ‘박사·학자’가 나타난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하였다. “첫째는 지난 수년간 매년 노벨상 수상이 이어졌다는 것, 둘째는 학습지도요령 개정에서 이과수업을 충실히 하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한 것이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일본은 2000년 이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노벨상을 수상하고 있다. 1949년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26명이 노벨상을 수상하였고, 최근 4년간 매년 수상하고 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했던 나고야대 전 총장이자 일본 R&D를 총괄하고 있는 하마구치 미치나리(浜口道成)는 노벨상 수상에 대해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먼저, 노벨상 수상자의 대다수는 미국 박사 학위자가 아닌 일본 박사 학위자라는 것이다. 즉, 자신만의 고유한 연구를 한 우물 파기로 꾸준하게 연구한 결과가 노벨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고유의 ‘도제식’ 연구 풍토에서 마음껏 연구하도록 하였고, 정부도 1980년부터 단기적으로 연구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R&D 연구를 지원한 결과가 노벨상 수상으로 나타나는데 시너지효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과학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과학관과 과학행사 등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과학문화가 뿌리내려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강조하였다.

게다가 국가교육과정인 ‘학습지도요령’의 이과교육에서는 “과학적 견해나 사고를 육성하기 위해, 관찰·실험 및 과학적 체험을 한층 충실히 하고, 이과 습득의 의의, 유용성을 실감할 기회를 갖게 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실제사회·실생활과의 관련을 중시하는 내용으로 개선한다”고 하였던 것이 이번 학생들의 희망직업 조사에서 ‘박사·학자’가 1위를 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매년 10월이 되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우리나라는 언제 노벨상이 나오는가?”가 국감과 언론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일본 노벨상 수상의 과학풍토와 과학교육 개선이 일본 아이들의 희망직업 1위로 ‘박사·학자’가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으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정규 한국과학창의재단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