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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합심-생산성 향상이 르노삼성 되살렸다

입력 | 2018-02-14 03:00:00

車생산량 4년만에 두 배로 ‘회복’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부 모습. 부산공장 생산량은 2013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26만 4000대 수준으로 올라왔다. 올해 르노삼성의 내수 및 수출 판매 목표는 27만 대다.동아일보DB

시뇨라 사장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니 수출량을 늘리는 게 절실합니다. 계획이 뭡니까?”

13일 서울 강남구 푸르덴셜빌딩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기자간담회 현장. 질문이 나오자 이기인 르노삼성차 제조본부장(부사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르노삼성차의 수출 증대로 인한 생산량 확보 비결은 군산공장 폐쇄까지 감행한 한국GM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번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해답을 알고 있어요. 우리가 철저하게 경쟁력을 높여 르노그룹의 세계 여러 공장 가운데 강자가 돼야 수출 물량을 확보하죠. 그래야 고용을 보장하고 또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 본부장이 언급한 위기는 2011년, 2012년 한때 매각설까지 돌았던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말한다. 2011년 영업적자는 2150억 원에 이르렀다. 2010년 27만5000대까지 만들던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량은 2013년 약 13만 대로 반 토막 났다. 당시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았다.

이 본부장은 “5년 전 부산 공장을 살려야 한다는 르노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 전 세계 다른 공장보다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우리의 약속으로 닛산 ‘로그’ 생산 물량을 우리 공장으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물량을 계속 확보하려면 생산성 측면에서 철저히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은 둘 다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이다. 해외에 있는 본사가 한국 공장에 생산 물량을 얼마나 맡길지가 생존에 필수적이다. 생산량이 많아야 고용을 유지하고 지역 부품 회사도 일거리가 생긴다. 본사는 중국, 멕시코,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공장 중 어디서 생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에 따라 공장을 선택한다.

생산량이 반 토막 났던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2014년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용 물량을 배정받았다. 지난해 생산량은 약 26만4000대.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생산 가능 대수가 27만 대 안팎이니 거의 ‘풀가동’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내수 10만 대와 수출 17만 대 등 총 27만 대의 판매 목표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도 부산 공장은 풀가동하게 된다.

왜 르노그룹 본사는 미국에 수출할 닛산 로그를 한국 공장에 맡겼을까. 이 본부장은 “비용은 중국 공장 수준으로 적게, 품질은 일본 공장보다 높게 만들겠다는 확신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본사는 한국 공장의 노력을 믿었다. 닛산 로그를 중국과 일본, 한국 부산 공장에 배정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생산라인의 시간 낭비를 줄이는 ‘숨은 5초 찾기’ 활동까지 펼치며 불필요한 작업요소를 최소화했다. 효율성 30% 올리기 목표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 동결을 선택하고 복리후생을 유보했다. 이 본부장은 “생산성을 제고하려면 노동자 측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회사는 공장 직원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협력한 부산 공장은 세계 46곳에 이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공장 중 생산성 순위에서 2016년 4위를 차지했다. 2013년 25위에서 수직 상승한 것이다. 세계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해 발표하는 ‘하버 리포트’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48개 자동차 공장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은 130위였다.

부산 공장의 미래가 탄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칫 생산성이 낮아지면 다시 물량 감소에 허덕일 수 있다. 닛산 로그 생산 계약은 내년에 끝난다. 도전도 거세다. 부산 공장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공장 중 4위지만 1∼3위는 중국, 5위 밑으론 멕시코 공장들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중국보다 한국 인건비가 5배 높지만 그래도 생산성을 높이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