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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상권 매장 키우고 직영화… 토종 자존심 지킨 할리스커피

입력 | 2018-01-29 03:00:00


커피 전문 기업 할리스커피의 성장이 눈부시다. 할리스는 지난 5년간 매출액 112% 증가(686억 원→1410억 원), 영업이익 120% 증가(70억 원→154억 원), 매장 140개 증가(382개→522개) 등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 카페베네 등 여러 토종 커피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표준협회에서 실시한 2017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조사 커피 부문에서 할리스커피는 미국 브랜드인 스타벅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커피빈 등 해외 브랜드와 엔제리너스(롯데), 투썸플레이스(CJ) 등 대기업 계열 커피 프랜차이즈를 눌렀다. 특히 평가 항목 중 친절성과 물리적 환경 부문에서는 스타벅스마저 누르고 1위를 차지하면서 토종 커피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웠다.

할리스커피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큰형님 격이다. 1998년 서울 강남역에 첫 매장을 냈다. 토종 커피 브랜드 중에서는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굳혔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스타벅스를 위시한 외국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며 차별화를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특히 2013년 투자펀드 IMM PE(프라이빗에쿼티)가 할리스커피의 운영사인 할리스F&B를 인수하면서부터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마련됐다.

할리스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빨간 왕관을 로고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때다. 경영권을 잡은 IMM PE는 매장 내외부 디자인을 싹 바꿨다. 또 종로-이태원 등 임대료가 비싼 핵심 상권에 회사가 직접 운영하고 많은 공을 들이는 대형 매장들을 열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징적인 매장, 이른바 ‘플래그십 스토어’로 만든 것이다.

양적 성장의 기틀도 갖췄다. 2014년에는 기계로 뽑는 커피가 아니라 손으로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할리스커피클럽’ 매장을 론칭했다. 동시에 인터파크HM으로부터 ‘디초콜릿커피’ 브랜드와 직영점들을 인수했다. 이로써 할리스커피클럽(고가)-할리스커피(중가)-디초콜릿커피(저가)로 이어지는 3단계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IMM PE에서 투자운용역으로 일하다가 2017년 2월 할리스F&B 대표로 부임한 김유진 대표는 “2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정체기 없이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는 것이 할리스가 이룬 가장 큰 성과”라며 “이는 할리스의 미래 성장을 예측하게 하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 플래그십 스토어 전략

최근 몇 년간 할리스가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플래그십 스토어 전략이다. 임대료가 높은 핵심 상권에 직영점을 신규 혹은 추가로 설립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예를 들어 2016년 서울 종로 거리의 터줏대감으로 여겨졌던 종로2가 맥도날드 자리에 연면적 582m²의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직영점을 오픈했다. 2017년 8월에는 이태원역 앞에 직영 100호점인 이태원점을 리뉴얼 오픈하기도 했다. 부산 광안리점, 대전 도안DT점, 인천 한옥마을점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 명소에도 랜드마크로 인식될 만한 대형 매장들을 차례로 열었다.

김 대표는 “할리스라는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나 대기업 계열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뚜렷한 할리스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직영점 개설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이는 증자를 통해 마련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은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수를 늘리는 전략을 쓴다. 그러면 본사 차원의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맹점을 늘려 매출, 즉 외형이 성장하더라도 수익성이나 브랜드 가치 같은 내실을 다지기는 어렵다. 이에 반해 할리스는 본사가 막대한 투자를 하는 직영점과 가맹점 간의 비율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했다.

○ 커피와 공간을 함께 팔다

할리스의 또 다른 차별성은 ‘공간에 목적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 상권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약 10만 개로, 편의점의 2배 정도다. 이렇게 커피숍이 난립하다 보니 경쟁을 뚫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커피 자체의 맛과 품질도 중요하지만 커피만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워지는 것. 할리스는 이 난관을 ‘스페이스 마케팅’으로 돌파했다.

할리스는 커피숍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즘은 커피숍에서 책을 펴고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비즈니스 회의를 하거나 세미나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과거 이런 손님들은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였다. 음료 하나를 시켜놓고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리스는 다르게 생각했다. 매장 회전율을 높여 커피를 많이 파는 것이 어렵다면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팔고 손님 1인당 매출, 즉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매장을 아예 상권별 고객 유형에 맞춰 다르게 디자인했다. 학원가 상권 등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의 매장에는 아예 1인용 테이블, 분리형 좌석을 대폭 늘렸다. 혼자 공부할 때 독립성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 반대로 사무실 밀집 지역에 있는 매장에는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게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을 많이 만들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인용 좌석을 갖추거나 늘린 매장의 경우 이전보다 매출이 평균 30%, 최대 140% 증가했다. 혼자 와서 오래 머무는 고객들일수록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보다 가격대가 높은 빵, 샌드위치, 디저트 등도 함께 구매하기 때문이다.

○ 커피 본업에 대한 투자

할리스커피는 커피 본연의 품질 향상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중 유일하게 2009년 경기 용인시에 커피 생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자체 로스팅 공장을 설립했다. 2011년 7월에는 기흥으로 로스팅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연간 1000t 이상의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1200m²의 대규모 단지를 갖췄다. 최근에는 약 100억 원을 투자해 1700t 이상의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로스팅센터를 경기 파주에 증설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커피업계 최초로 학원 인가를 받은 할리스커피 아카데미를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연간 할리스커피 직영 및 가맹 직원 1300여 명이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