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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서울시 파산할까봐?

입력 | 2018-01-19 03:00:00

‘나쁨’ 대기기준 4월부터 강화하는 환경부, 비상조치 발령기준은 그대로 유지




이르면 4월부터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 질이 갑자기 악화돼서가 아니다. 대기환경기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나쁨 일수가 늘어나면 비상저감조치 발령 횟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마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서울시에서는 하루 약 50억 원이 든다. 환경기준을 강화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비상저감조치 발동으로 예산을 퍼부어야 하는 구조다.

고민하던 환경부는 ‘고육지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기준은 강화하되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은 현행대로 놔두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은 m³당 연평균 2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이하, 일평균 50μg 이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인 연 25μg 이하, 일 10μg 이하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환경부는 미국과 일본 수준인 연 15μg 이하, 일 35μg로 강화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와 규제심사를 마쳤다. 이 기준은 빠르면 4월, 늦어도 7월에는 적용될 예정이다.

새 기준대로라면 수도권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급증할 것이다. 나쁨 기준이 m³당 하루 50μg 초과에서 35μg 초과로 바뀌기 때문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미세먼지가 하루 50μg 초과해 나쁨이었던 날은 전국적으로 335일이었다. 하지만 나쁨 기준을 35μg 초과로 바꾸면 나쁨 발생일수는 4배인 1332일로 늘어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기준 강화 시 나쁨 일수가 13일에서 73일로 6배로, 경기 남부는 10일에서 71일로 7배로 증가한다. 경기 북부는 35일에서 116일로 늘어 연중 사흘에 하루꼴로 나쁨을 기록하게 된다.

나쁨 일수가 늘면 비상저감조치 발령 횟수가 많아진다. 현재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4시까지 평균 농도 ‘나쁨’ △다음 날 예보 ‘나쁨’일 때, 다음 날 발령한다. 올해 3번 발령됐다. 하지만 강화된 기준에 맞춰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면 18일 기준으로 올해 수도권은 10차례가량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야 했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시행하는 서울시는 5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올 한 해 비상저감조치에 배정한 예산은 총 249억 원뿐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대기환경기준은 강화하되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준은 지금처럼 50μg 초과로 유지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부 발령기준을 일부 수정할 수 있지만 발령 기준 수치를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막대한 비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조치는 그대로 둔 채 기준만 높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기준을 강화하고 그에 맞춰 다양한 규제 정책을 펴지 않을 거라면 굳이 환경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