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트럼프, 백악관내 親이스라엘파 손 들어줘

입력 | 2017-12-07 03:00:00

대선때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공약
親이스라엘 유권자 지지 끌어내… 집권후 ‘이전 6개월 연기’ 서명
평화협정 지지파 쿠슈너도 설득… 유대계 반발에 ‘공약 이행’ 선회




미국 정부 내 예루살렘 수도 논란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5년으로 거슬러 간다. 미 의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이전하는 내용의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개월씩 대사관 이전을 연기할 수 있는 규정을 이용해 이를 피해 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수도로 주장하고 있는 예루살렘 문제가 미국의 외교관계와 중동 평화에 미칠 파괴력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이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꺼낸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해 선거 때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공약을 내걸고 유대인 등 친이스라엘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집권 뒤엔 몸을 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6월 대사관 이전을 전임 대통령처럼 6개월 연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대사관 이전 연기에 서명하게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2500만 달러를 트럼프 지지 정치단체에 기부한 카지노 거물인 유대인 셸던 애덜슨은 대사관 이전 연기에 분노를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예루살렘 수도 인정 결정은 백악관 내 친이스라엘파와 쿠슈너 등 평화협정 지지파의 세 대결에서 친이스라엘파가 승기를 잡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의 불만을 감수하며 평화협정 성과를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진척이 없자 친이스라엘 지지층 편에 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큐슈너와 제이슨 그린블랫 대통령특임대사도 그의 결정을 더는 반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갈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워싱턴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소 폐쇄를 거론하며 평화협정의 진전을 압박했다. 하지만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제한적 운영 방침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팔레스타인이 진지한 평화협상 자세를 보이면 이를 해제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사관 이전을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고 팔레스타인 협정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이전 준비 기간을 고려해 6개월 이전 연기에 다시 서명할 계획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