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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안 없는 섀도보팅 폐지, ‘주총 대란’ 부르나

입력 | 2017-12-06 00:00:00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섀도보팅(Shadow Voting·소액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폐지되면 ‘주총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에도 정부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섀도보팅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 주총에 불참한 주주의 의결권을 참석 주주의 찬반 비율대로 대리 행사할 수 있게 허용한 제도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상장사의 23.4%가 발행 주식 4분의 1만큼의 주주를 확보하지 못해 주총 안건 처리가 불확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와 여당은 섀도보팅이 대주주가 경영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경영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데 악용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주식 보유 기간이 짧은 대다수의 주주들은 주총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섀도보팅을 대신해 상장사의 60%가 인터넷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전자투표로 주권을 행사한 주주는 주식 수 기준으로 2.2%에 불과했다.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로운 의결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보완 법안은 여당의 반대로 논의도 못 하는 상태다.

미국 스위스 독일 등은 의사정족수 제한이 없고 의결정족수도 출석 인원의 절반이다. 반면 한국의 상법은 발행주식 총수의 25%(감사 선임은 33%)가 모여야 주주총회를 할 수 있다. 감사 선임에선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현실적으로 섀도보팅 없이 감사 선임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감사 선임을 못 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법무부 용역 보고서에서 상장기업이 의결한 안건 10개 중 8개는 섀도보팅이 없으면 주총을 통과할 수 없다며 한시적 유예를 권했는데도 정부가 폐지를 강행하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달리 일일이 소액주주들을 찾아가 주총 참여나 전자투표, 대리투표 위임 등을 부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상법 개정 등 보완책이 마련될 때까지 섀도보팅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