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성장을 내걸고 핀테크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를 우선 도입하기로 하고 내년 중 가칭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제정키로 한 가운데 이승건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35·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치과 의사 출신인 그는 2013년 창업해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내놓았고 토스는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1100만 명, 월 거래액 9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KPMG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현재 200여 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는 핀테크협회를 이끄는 이 회장은 최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에 핀테크 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전달했다. 그가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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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표적인 규제로 핀테크 기업들이 증권사 펀드나 은행 대출 상품 등 여러 회사의 상품을 추천만 할 수 있지 직접 판매할 수 없게 한 ‘일사 전속주의’를 들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상으로 신용카드와 대출 상품 등의 모집인은 1개 금융회사 제품만 취급할 수 있다. 중국 텐센트가 스마트폰 앱 하나로 단돈 1원이라도 펀드 투자 등 자산 관리를 할 수 있게 한 것과 대조적인 셈이다. 그는 “금융상품 모집인이 고객 쟁탈전을 벌이거나 개인 정보를 부당하게 유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지만, 일정 수준의 보안 요건을 갖춘 핀테크 기업에는 다양한 상품의 비교 추천 서비스 개발 등의 가능성을 열어줘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금지된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해외에선 금융업체들이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서비스 출시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계약하는 비(非)대면 투자 일임은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과 증권사 영업망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는 “본인 인증과 계약 체결, 계약서 송부 등 모바일 환경에 맞게 지점 방문이 필요 없는 식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게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창업했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려면 무엇보다도 규제 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돈 1000원을 송금하려해도 상대 계좌번호를 알아야 하고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고,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보안카드 번호를 다시 입력하는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했죠. 당시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몇 초 만에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하고도 불법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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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