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韓美中日100대 기업 조사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5년간 한국, 중국, 미국, 일본 상위 100대 기업의 현금흐름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연구원은 재무 관련 자료가 있는 비금융업 상장기업 중 매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각국 상위 100위 안에 드는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한 해 기업의 모든 영업활동의 결과 기업에 들어온 현금을 뜻한다.
조사 대상 기업이 총자산 중 현금성 자산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4개국 중 3위였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가별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율을 살펴보면 중국이 13.88%로 가장 높았다. 2위는 일본으로 11.18%였다. 한국은 3위로 8.84%였고 미국이 7.83%로 가장 낮았다. 1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해도 한국은 현금성 자산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중국, 일본, 미국 기업들은 1년 새 현금성 자산 비율이 늘었지만 한국 기업만 줄었다.
조사 대상 4개국 중 한국 기업은 들어온 현금을 가장 많이 다시 투자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2016년 현금을 유형자산에 투자한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5년간 매년 평균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59.18%를 유형자산에 투자했다. 2위는 일본(56.16%), 3위는 중국(54.42%), 4위는 미국(39.50%)이었다. 다만 한국은 연도별 추세에서는 2015년부터 투자비중이 다소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4년에는 투자비중이 63.78%였는데 그 다음 해에는 49.21%로 14.57%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다시 52.95%로 다소 반등했지만 2012∼2014년 매년 60%를 넘겼던 때로는 회복하지 못했다. 연구원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 기업이 경영방식을 보수적으로 바꾸고 투자보다는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데 돈을 많이 쓴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정부와 사회가 기업들의 현금 보유를 비판하기보다는 건설적인 분야에 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올해 들어 설비투자가 늘고 있지만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만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이 어렵게 찾은 투자 기회를 법이나 규제에 막혀 놓치는 일이 없도록 각종 규제를 걷어내야 기업도 현금을 설비투자나 고용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