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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동아]주사 한 번으로 2년간 무릎 통증 감소-기능 개선 효과

입력 | 2017-11-22 03:00:00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주사제
치료 소요시간 5∼10분이면 끝
국내 임상 첫 환자반응률 84%




주사 부위를 소독하고 소독포를 적용한 후 초음파를 이용해서 주사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손보경 달려라병원 원장. 달려라병원 제공

자영업을 하는 김모 씨(61)는 얼마 전부터 병원 가기가 꺼려졌다. 1년 전부터 심해진 무릎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그동안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꾸준히 받아왔지만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다. 김 씨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힘들어하던 차에 유전자 주사치료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주사 한 번으로 2년 동안 무릎관절염 통증이 완화되고 기능이 개선되는데, 한국에서는 이미 모든 임상시험을 마치고 효과를 입증받았으며 미국은 최종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바로 병원에 내원해 유전자 주사치료를 받았다. 앞으로 2년간은 통증 없이 편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퇴행성 관절염의 악순환 고리를 끊다


퇴행성 관절염은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을 받거나, 나이가 들면서 오랜 기간 사용으로 인해 연골이 닳아 없어져서 생기는 질병이다. 증상 정도에 따라 구분해 치료를 달리한다.

이 중 중기 퇴행성 관절염은 뼈를 덮고 있는 연골이 50% 이상 닳아 없어진 상태다. 주요 증상으로는 계단이나 경사진 곳을 걸을 때 불편함을 느끼며, 점차 평지를 걸을 때도 무릎 뒤가 땅기는 통증이 발생한다. 이후 활동이 많아지면 무릎이 붓고 물이 찰 때가 있다.

유전자 주사치료는 국내 최초로 연골세포에 재생 유전자를 삽입해 중기 퇴행성 관절염 중 가장 심한 3기를 치료한다. 유전자 주사치료는 단순히 염증을 감소시키는 치료법이 아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손상으로 발생하는 염증성 매개체들에 의해 관절연골이 지속적으로 손상되는 질환이다. 국제골관절염학회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을 조직 손상으로 야기된 면역계의 염증 과정을 포함하는 관절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발병기전을 지속적인 자가 면역반응으로 인한 통증으로 해석하기도 하는 것이다.

조직 손상과 자가 면역반응의 순환 고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직 손상으로 인해 세포외 기질 조각들이 방출되고 면역반응은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염증성 물질(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염증성 세포들이 더욱 활성화된다. 이는 다시 조직 손상을 유발한다. 이처럼 악순환이 반복적으로 지속돼 관절 조직이 계속 악화되는 것이다.


유전자 주사치료는 비정상적인 관절 내 면역 환경을 바로잡아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되는 고리를 차단해 진행을 늦추고 오랜 기간 효과를 유지시킨다.


관절 면역 환경을 바로잡는 근본적 치료


특히 면역반응에 있어서 대식세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 손상이 일어나면 M1 타입의 대식세포가 염증성 물질을 방출해 면역반응이 활성화된다. 그러나 유전자 세포치료제를 투여하면 M2 타입의 대식세포가 우세한 환경이 되는데, M2 대식세포는 항염 작용 및 조직을 회복하는 역할과 연골 보호기능을 하게 된다.

유전자 주사치료는 M1 대식세포가 우세한 관절염 무릎 상태를 M2 대식세포가 우세하게 되도록 연골세포의 성질을 바꿔놓는 치료법이다.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관절 내 면역 환경을 바로잡는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며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멈추고 오랜 기간 효과를 지속시킨다.

손보경 달려라병원 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은 고령이나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된 조직 손상에 면역반응이 생기면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수술적 치료법 외에는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하거나 단기적인 보존적 치료에 머물러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웠다”며 “이번에 새로 개발된 유전자 주사치료는 골관절염이 악화되는 원인을 치료해 수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던 중등도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 완화는 물론, 그들의 삶의 질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이어 “인공관절수술의 경우 인공관절 치환물의 수명은 제한돼 있고, 환자들의 평균 수명은 늘고 있기에 최대한 수술 시기를 늦춰 재수술을 피하는 게 좋다”며 “이런 환자들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에는 아직 연령이 낮은 환자들에게 유전자 주사치료는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자 주사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퇴행성 관절염 3기 환자의 X-레이.

수술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길

지금까지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시도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됐다. 통증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그리고 히알루론산 주사치료 등과 같은 단기간의 염증 감소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이는 통증 완화 효과가 오래가지 못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지속되곤 한다.

이처럼 보존적 치료 방법으로도 효과가 없을 시에는 어쩔 수 없이 인공관절 치환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술적 치료는 육체적·심리적 부담으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스러운 환자들에게 유전자 주사치료는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3개월 이상의 보존적 요법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는 퇴행성 관절염 3기 환자에게 유전자 세포치료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원장은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어 수술적 치료법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 의사와 환자 모두가 힘든 결정을 해야 한다”며 “유전자 주사치료법은 의사와 환자 모두 기다려온 치료법이기에 이를 계기로 앞으로 비수술적 요법의 치료 비중을 대폭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가 입증된 유전자 주사치료


유전자 주사치료는 무릎 관절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주삿바늘을 정확한 경로로 위치시켜 치료제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최초 1회 주사로 2년간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음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무릎 관절 바깥쪽 지방 같은 조직으로 새어나갈 염려가 없다.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은 5∼10분 정도로 매우 짧다.

치료 시 고려할 사항은 투여 후 매우 드물게 과민반응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사 당일 입원하는 것을 권장한다. 여건이 안 될 시에는 주사 후 약 2시간 이상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유전자 주사치료제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 ‘TGF-β1 유전자’가 들어간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치료제다. 국내 임상시험은 완료됐으며 올 7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FDA 3상이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결과 절개나 마취 없이 한 번 주사로 2년 동안 지속적인 통증 감소와 무릎 기능의 뚜렷한 개선이 확인됐다. 국내 임상 3상에서 유전자 주사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 중 84%에서 통증 및 기능 개선 효과가 밝혀졌다. 미국 임상 2상에서는 환자 중 88%에서 2년까지도 통증과 기능 개선 효과가 유지됐다. 이처럼 환자의 반응률이 84%에 이르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는 유전자 주사치료제가 최초이며, 이는 많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달려라병원은 지난달 이미 질병관리본부에 유전자치료기관 신청을 완료해 유전자 주사치료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재 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