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동근 “경제단체, 기업만 대변하는 시대 끝나”

입력 | 2017-11-21 03:00:00

상의 떠나는 이동근 부회장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이해, 사회적 역할과 책임 고민해야
중기인들 만나면 ‘사업 접겠다’ 말해… 기업인 기 살려주는 정책 늘었으면”




대한상공회의소의 역대 최장수 상근부회장을 지낸 이동근 부회장(60·사진)이 20일 대한상의를 떠나며 재계의 변화에 대한 소회를 남겼다. 신임 현대경제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 부회장은 2010년 2월부터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으로 일했다.

그가 대한상의에 몸담은 7년여 동안 경제단체들은 큰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몰락하다시피 했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의 뒷자리였던 대한상의는 이번 정부 들어 ‘재계의 맏형’으로 떠올랐다.

그 사이 대한상의의 역할도 바뀌었다. 2013년 7월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둘은 ‘콤비’를 이뤘다. 과거엔 기업, 경영자의 입장을 주로 대변했다면 이젠 기업과 정부, 정치권을 오가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업의 요구사항을 대변하는 어려운 역할을 수행한다. 이 즈음부터 대한상의 직원들은 누구 편을 들지 결정하기에 앞서 어떤 것이 합리적인 방향인지를 먼저 고민했다.

20일 기자가 만난 이 부회장은 세상이 변한 만큼 경제단체와 재계도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의가 이제 경제단체에서 단독 플레이어가 됐어요. 상의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 왔잖아요.” 전경련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전에는 무조건 기업들의 입장만 들어온 게 경제 5단체의 입장이었는데 이젠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너무 기업 입장만 대변해서는 더 이상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단체가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까지도 이해한 뒤 스탠스(입장)를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기업인뿐 아니라 노동계와 대화를 시도했다. 박 회장이 한국노총을 찾아가 김주영 위원장과 호프미팅을 가진 장면은 재계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회자된다.

일각에선 대한상의가 기업을 대변하는 데 소홀하다는 불만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그나마 대한상의가 가장 빨리 인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과도한 친노조 정책 등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대해선 평소에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 만나는 중소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사업을 접어야겠다고 말할 정도”라며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도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세리(SERI), LG경제연구원의 활동이 최근 많이 위축된 모양새”라며 “현대경제연구원을 맡아 연구, 교육, 컨설팅 등을 활발히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