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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진 방재시설-교육 프로그램서 많은 걸 배웠어요”

입력 | 2017-11-17 03:00:00

학생과학발명품대회 수상자들 日견학




10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과학미래관을 찾은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수상자들이 태양에너지가 지구에서 순환하는 과정을 구슬 이동으로 표현한 과학 전시물을 보고 있다. 도쿄·요코하마=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이 물고기 배설물을 분해해 영양소로 쓰고 태양광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를 쬐여 줍니다.”

7일 일본 도쿄 TEPIA 첨단기술관. 안내 직원의 설명에 학생들의 시선이 어항에서 주변 화분으로 옮겨갔다. 화학비료 없이 친환경적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말에 청주 강내초 5학년 조민수 군은 신기한 듯 어항을 찬찬히 쓸어내렸다.

동아일보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한 제39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수상자들이 6∼10일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았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최우수상을 받은 초중고교생 12명이다. 시도교육원 연구사 2명, 지도교사 2명도 동행했다. 이 단기연수는 1979년 1회 대회부터 한국야쿠르트의 단독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TEPIA 기술관은 일본에서 막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기술들이 한자리에 전시된 곳이다. 건물 내에는 소화전과 승강기 버튼 등 곳곳이 투명판으로 돼 있어 기계가 움직이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일상에서 학생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한 세심한 배려로 느껴졌다.

지반에 공기를 주입해 지진 충격을 완화해주는 기술을 체험하는 곳도 있었다. 안양 대안중 1학년 송준혁 군은 “엄청 흔들릴 줄 알았는데 살짝만 움직였다. ‘기술이 없으면 엄청난 진동을 고스란히 받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고 말했다. 충주 덕신초 4학년 김채정 양은 “반지를 끼고 허공에 움직이면 기계가 작동되는 게 가장 신기했다”고 했다.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는 청주 흥덕초 5학년 김초영 양은 “일본의 미래를 한 번에 본 느낌이다”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도쿄 방재센터에서는 지진이 났을 때 행동요령을 ‘OX 퀴즈’로 풀었다.

“지진이 나면 가스레인지를 꺼야 할까요, 테이블 밑으로 피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일제히 “불부터 꺼요!”라고 답했다. 센터 직원은 “진도 5 이상이면 대부분 건물에 가스 자동차단 기능이 있어서 피신부터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비슬초 6학년 이가현 양이 “한국은 지진설계가 일본만큼 안 돼서 불부터 꺼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나라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겠지만 뜨거운 물이 쏟아져 화상을 입으면 더 위험해 몸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다”라는 설명이 되돌아왔다.

부상 위험 때문에 학생들은 진도 6까지만, 성인들은 진도 7 이상을 체험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니 행동 요령을 배웠음에도 진동이 오는 순간 사방이 흔들리면서 앞이 잘 분간되지 않았다. 몇 초 만에 테이블 아래로 몸을 피하긴 했지만 진동에 머리를 수차례 찧기도 했다. 대구 경북고 1학년 양재표 군은 “발명도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성공하듯 일본 방재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이 세밀하게 짜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코하마 우주관에서는 ‘발명 꿈나무’다운 면모도 보였다. 손을 댈 때마다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플라스마 유리관’, 같은 위치에서 공을 굴렸을 때 직선과 곡선의 낙하 속도 차를 보여주는 ‘사이클로이드 미끄럼틀’ 등을 보며 과학 원리에 대해 토론했다. 포항 기북초 5학년 박도윤 군은 “연수 기간 동안 신세계에 온 느낌이다. 과학이 더 좋아졌다”며 웃었다.

새로운 경험은 또 다른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인천 계산공업고 3학년 김혁민 군은 “실용적인 기계를 다루는 곳에서 사회의 불편한 점을 바꾸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센텀중 2학년 정현수 군은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에 들어가거나 화이트해커 같은 컴퓨터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 하기중 3학년 한승연 군은 “학원 가느라 시간에 쫓기는 친구가 대부분이다. 발명의 기쁨을 함께할 기회가 없어 안타깝다”며 사교육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대통령상을 받은 안동 녹전초 5학년 안덕룡 군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해내는 과정 자체가 신난다. 앞으로도 발명의 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과학고 2학년 김성윤 군은 “시제품을 만들어 고쳐가다 보면 자신도 예상 못 한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머릿속 아이디어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보라”는 조언을 했다.

지도교사로 연수에 동행한 안동 녹전초 권오일 교사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견문을 넓히고 과학적 호기심을 키우는 데 이번 연수가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요코하마=정민지 기자 jmj@donga.com